제21대 대선 주요 후보들이 참여하는 TV토론이 전날 모두 마무리되면서, 정치권에서는 후보들이 갈등 해소법을 두고 경쟁하기보단 주로 '네거티브' 공방으로 상대 후보를 괴롭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28일 정치권 전문가들은 세 차례에 걸친 제21대 대선 후보 TV 토론회가 네거티브로 점철된 채 마무리됐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국가 운영의 비전을 놓고 경쟁하면서 치열한 정책 검증이 이뤄져야 할 토론회가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된 비방·난타전으로 변질했다는 지적이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후보들이 토론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준비한 말만 하고 상대를 향한 네거티브만 벌였다"며 "토론회 무용론까지 나올 수 있을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이건 토론이 아니고 수준 이하 난타전"이라며 "후보들의 부끄러움도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판세 변화를 위한 상대방 흠집 내기에 열중하다 보니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흘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상 TV 토론이 열리는 시기는 대선 2주 전이고, 그때부터 상대방에 타격을 주기 위한 네거티브가 시작된다"며 "선거 막판 판세를 바꾸는데 네거티브 캠페인이 효과적이라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토론회가 정책 위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얘기하지만, 네거티브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막판에는 언 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막 던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논란'을 거론하고,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적 표현을 언급한 것을 두고는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원호 교수는 "군소 후보들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준석 후보의 해당 발언은 정치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가장 젊고 한국 정치의 미래를 담보해야 할 이준석 후보의 도를 넘어선 발언은 대선 TV 토론 역사에 길이 남을 막말이었다"고 혹평했다. 신율 교수는 "일종의 '충격요법'을 쓰려고 했던 것 같은데 네거티브치고는 심했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사회자의 적극적인 진행 권한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토론회 운영방식의 변화를 주고, 장기적으로는 진영대결이 심화한 정치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박 교수는 "토론이 잘 되려면 사회자가 상당한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중립성을 강조하면 사회자 개입이 최소화하고 후보끼리 검투사처럼 싸우게 된다"고 지적했다.김상태기자[일간경북신문=일간경북신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