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17일 당 지도부의 혁신안에 대한 반응을 '다구리(몰매를 뜻하는 은어)'라고 표현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한 뒤 혁신안에 대한 비대위의 반응이 어땠느냐는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비공개 때 얘기인 만큼 다구리라는 말로 요약하겠다"고 이같이 답했다.
‘당헌·당규’에 계엄·탄핵에 대한 사죄 명시, 최고위 폐지 등 지도부 개편과 ‘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 의원등 4인의 거취 표명 요구 등 자신이 제시한 혁신안에 대해 비대위 참석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몰아세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 윤 위원장은 "우리 당에 책임지는 분이 없다는 게 국민 눈에는 너무나 답답할 것"이라며 "아름답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발이 없으면 혁신안이라고 할 수 없다"며 "지금 우리가 해오던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 당이 새로워졌다는 느낌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20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윤 위원장이 제시한 혁신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윤 위원장은 "저는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안을 만들어서 권고하는 것이 저희 몫"이라며 "그것에 대해 어떻게 결정하는지는 지도부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전당대회 전 혁신안을 관철하겠다는 구상에 변함은 없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리 희망한다"고 답변했다.
회의에 앞서 윤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그동안 당을 이끌어온 분들의 희생과 헌신이 절실하다"며 "어제 제가 실명을 거론하는 고강도 처방을 한 것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라며 인적 쇄신을 거듭 촉구했다. 윤 위원장은 전날 ‘4인'을 인적 쇄신 당사자로 지목했고, 이들은 즉각 반발했다.
윤 위원장은 "2004년 '차떼기'로 당이 존폐 위기에 처했을 때 37명의 중진이 불출마 선언을 통해 당을 소생시키고 젊은 정치에 공간을 열어줬다"며 "지금의 중진들은 그분들이 열어준 공간에서 정치를 해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때처럼 당의 중차대한 과오로 국민의힘은 지금 백척간두에 서 있다"며 "나라와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동안 당의 주요 의사결정을 해온 중진들이 아름답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모습이 당을 살리고 젊은 후배들이 정치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길을 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윤 위원장은 "내란 프레임에서 지금 확실하게 벗어나지 못하면 앞으로 10년간 절대 소수 야당으로 지리멸렬하거나 '내란당'이라는 오명으로 공격받아 부서지는 길밖에 없다"며 "국민의힘을 다시 세우지 못하는 것은 한 정치세력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