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일간경북신문

“소비쿠폰을 지급받고 보니”..
신재일 칼럼

“소비쿠폰을 지급받고 보니”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5/07/30 16:18 수정 2025.07.30 16:18

지난주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발급받았다. 출생연도 끝자리가 5자라서 25일 금요일에 받았다. 현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단 신용카드로 쓰고 결재할 때 차감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소비쿠폰에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신용카드사와 은행에서 휴대폰으로 계속 문자를 보내와서 신청하여 받게 되었다.
현재 사용하는 신용카드가 몇 개 있다. 일반적으로 쓰는 주 카드는 하나만 있지만 자동차에 기름을 넣거나 프린트 등 특별용도의 카드를 몇 개 더 갖고 있다.
이런 지출을 따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은행 통장도 몇 개 있다. 이들 카드사와 은행에서 자기 계좌를 통해 신청을 하라고 지속적으로 홍보를 했다. 소비쿠폰을 유치하면 회사로서는 짭짤한 수익이 될 것이니까.
소비쿠폰에 관심이 없었던 이유는 이 돈을 받는다고 내 생활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급된 금액은 18만원인데 연봉에 비하면 그리 많지는 않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해도 3일치의 임금도 안된다. 돈이 많은 부자는 아니지만 18만원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니고 18만원이 있다고 해서 딱히 하고 싶은 일이 더 생길 수도 없다. 정상적인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생활비에서 큰 비중이 되지 않는 금액이다.
소비쿠폰이란 명칭은 소비를 촉진한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전체적인 경제는 소비가 활발히 일어나야 활성화된다. 실제로 소비로 이어지지 않으면 경제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의 경제는 소득이 일정한데 소비를 많이 하면 엉망이 된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소득이 더 생겼다고 해도 증가분을 모두 소비로 돌리지는 않는다. 특히 빚이 있는 사람은 돈이 생겼다면 물건을 사기보다는 먼저 빚부터 갚아야 한다. 일본에서 돈을 쓰라고 현금을 살포하니 모두 저축하고 실제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사례도 있다. 그래서 소비만 할 수 있게 소비쿠폰으로 지급한 듯하디.
나도 이왕 소비쿠폰을 발급받았으니 이 돈을 의미있는 곳에 쓰고 싶다. 그러나 카드 대금에 흡수되어 버리니 따로 지출하는 감각이 없어질 것 같다. 현금이라면 따로 봉투에 넣어둔다든가 해서 의미있는 곳에만 지출하겠지만 소비쿠폰 금액을 따로 구분해서 관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언제부턴가 현금에 대한 개념이 없어졌다. 경조사비를 제외하고 모든 지출은 카드로 쓰고 현금을 쓰지 않는다. 그리고 월급을 받으면 통장에 들어가 버리고 또한 이내 자동이체로 빠져나가서 전체적인 금액은 관심이 있지만 개별적인 지출에는 무감각해졌다.
소비쿠폰의 사용처는 대구광역시 내 연매출액이 30억원 이하인 소상공인 사업장이라고 한다. 제조업 같은 기업이 아닌 일반 점포라면 대부분이 해당될 것이다.
식당 등에는 소비쿠폰 사용처라는 안내가 많다. 밥을 먹기 위해 소비쿠폰을 사용하려니 웬지 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 받은 소비쿠폰인데 허무하게 먹어서 없애나.
그런데 18만원이면 별로 할게 없다. 지난주말 서울에 사는 딸을 보러 서울에 가서 밥을 사주고 내려왔는데 오가는 차비와 밥값을 계산하니 18만원이 훌쩍 넘어가 버린다. 서울의 밥값도 너무 비쌌다. 서울에서 지출은 어차피 소비쿠폰 대상이 아니지만 서울 한번 다녀오는 비용 밖에 안 되는 것이다. 서울시민에게는 지원되는 쿠폰의 금액도 작다고 한다. 서울 사람에게는 효과가 별로 없을 것 같다.
지난번 코로나 때 지급받은 긴급재난지원금 25만원은 나름 쏠쏠했었다. 금액도 많았고 당시 물가도 지급보다 낮았으니까. 그러나 지금 18만원은 당시보다 훨씬 작게 느껴진다.
근데 언제부턴가 대구의 물가도 비싸지기 시작했다. 대구지역은 전국에서도 물가가 싸기 때문에 적당히 돈이 많은 사람에게는 살기 좋은 도시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잇점도 사라지게 되었다. 소비쿠폰 금액은 대구에서도 별로 의미있게 쓰기에는 부족할 것 같다.

저작권자 © 일간경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