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당시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여야가 선거관리위원회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개헌과 특검 도입 여부를 놓고는 입장차가 뚜렷해 향후 특위 활동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국회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오는 23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기관보고를 받는다.
이번 회의에서는 주요 증인·참고인 채택과 자료 제출 요구, 개표소 현장검증 일정 등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사태 당시 선관위 최고 책임자였던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위철환 상임위원 등이 핵심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국조특위 관계자는 "기관보고가 한 차례로 끝나지 않을 수 있으며 필요한 선관위 관계자들을 최대한 출석시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라며 "노 전 위원장 역시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출석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조특위는 오는 8월 1일까지 45일간 활동하는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필요할 경우 본회의 의결을 통해 조사 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특위의 핵심 쟁점은 이번 지방선거 혼란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투표용지 50% 축소 인쇄 지침'이다.
노태악 전 위원장은 해당 지침을 선거 6개월 전 보고받았다고 밝힌 바 있어, 실제 의사결정 과정과 책임 소재 규명이 국정조사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위는 ▲투표용지 인쇄 수량 산정 기준 ▲투표소별 수요 예측 실패 원인 ▲투표 중단 및 장시간 대기 발생 경위 ▲유권자 참정권 침해 실태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여기에 선관위 조직 운영 전반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선거관리 인력 운용 체계와 예산 집행 적정성은 물론, 최근 논란이 된 선관위 직원들의 외유성 출장 의혹과 기강 해이 문제까지 조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국정조사는 단순한 사고 원인 규명을 넘어 선관위 개혁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9명의 선관위원 가운데 8명이 비상임인 구조가 책임성 부족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원장을 포함한 비상임 위원의 상임직 전환, 상임위원 증원, 책임 행정체계 강화 등이 주요 개혁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선관위를 포함시키기 위한 '원포인트 개헌'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에 대한 감시·통제 장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위헌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여야가 합의한다면 선관위 관련 원포인트 개헌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해 정치권의 관심을 모았다.
반면 국민의힘 은 개헌 논의에 신중한 입장이다.
당 지도부는 우선 국정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특검을 도입해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 참정권 훼손 사태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에 진정성이 있다면 야당이 추천하는 선관위 특검부터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선관위 운영 부실뿐 아니라 정부·여당 책임론까지 함께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향후 특검 도입 여부가 정국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전망이다.
대구·경북 정치권에서는 이번 국정조사가 단순한 책임 공방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TK 지역 여권 관계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국민 기본권인 참정권이 직접 침해된 중대한 사건"이라며 "누가 책임자인지를 밝히는 것 못지않게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선거관리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국정조사 결과가 향후 선관위 조직 개편과 선거제도 개선, 나아가 개헌 논의의 방향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신뢰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여야가 모두 선관위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번 국정조사가 책임 규명에 머물지 않고 제도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