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섭 경북도교육청공무원노조 위원장
“아무리 교육청이 시키는 일이라지만, 법대로 투표해서 뽑은 결과를 왜 다시 소명하라는 겁니까?”
몇 달 전, 도내 한 학교의 조합원으로부터 현장의 고충을 전해 들었다. 이 학교는 지역위원이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됐고, 교육청에 ‘무기명 투표로 선출됐다’고 보고했지만 구체적인 사유를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발단은 올해 개정된 「경상북도립학교운영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제8조제2항이다. 이 조항은 “운영위원장은 가급적 학부모위원 중 선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학부모의 참여 기회 확대와 역할 증대라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헌법과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9조제7항은 운영위원장을 “교원위원이 아닌 위원 중에서 무기명투표로 선출한다”라고 규정한다. ‘교원위원이 아닌 위원’에는 학부모위원과 지역위원이 모두 포함된다. 그런데 이번 조례는 학부모위원을 우선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시행령이 보장한 지역위원의 위원장 피선출권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교육부는 노동조합의 질의에 대해 해당 조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62조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제59조제7항의 취지를 위배할 소지가 있다”라고 답변했다.
조례안 심의 과정에서도 상위법과의 관계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당시 집행부는 “법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답변했고, 조례는 그대로 통과됐다. 그러나 이후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조례가 단순한 권고를 넘어 사실상의 기준으로 작동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조례의 집행 방식이다. 조례는 ‘가급적’이라는 권고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 행정은 권고에 머물지 않았다. 조례 개정 이후 경북도의회는 지역위원이 학교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된 경우 관련 증빙자료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교육청은 해당 학교를 대상으로 위원장 관련 자료를 별도로 요구했다. 일부 학교는 “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됐다”라고 보고했음에도 구체적인 사유를 다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관계 법령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운영위원장의 선출 사유를 도대체 무엇으로 적어야 하는가. 지역위원이 위원장으로 선출된 경우에만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순간, ‘가급적’은 더 이상 권고가 아니라 압박이 됐다.
이제는 교육청과 의회가 답해야 할 때다. 교육청은 지역위원이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됐다는 이유만으로 추가적인 사유나 소명을 요구하는 행정을 중단하고, 관계 법령에 부합하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의회 역시 교육부가 제기한 상위 법령과의 관계에 관한 문제와 실제 현장에서 나타난 사례를 토대로 해당 조항을 다시 살펴야 한다.
관계 법령에 따라 무기명투표로 선출된 결과는 존중되어야 한다. ‘가급적’이라는 한마디가 민주적 선출의 결과를 다시 설명하고 소명해야 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