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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군화와 EEZ 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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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군화와 EEZ 독도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6/10/05 16:14 수정 2026.10.05 16:15
최홍배 KTF 해양영토전략연구소장

선은 지도 위에 그어진다. 확인은 지도 밖에서 이루어진다.

9월 21일 아침이었다. 파주와 연천 사이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이 수색로를 내고 있었다. 몇 해째 수풀이 쌓인 미개척 지대였다. 지뢰탐지기를 들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

폭발이 있었다. 공병 요원이 쓰러졌다. 수색대대장이 그쪽으로 달려갔다. 두 번째 폭발이 거기서 일어났다. 그는 발목을 잃었다. 부사관 두 명도 다쳤다.

9월 29일 국회에서 국방부 장관이 답했다. 북한군 지뢰가 확실하다고 했다. 물에 떠내려온 것이 아니라 묻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국경선 요새화 작업과 관련해 매설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전협정 위반이 명백하며 모든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했다.

떠내려온 것과 묻어 둔 것은 다르다. 앞의 것은 사고다. 뒤의 것은 선을 옮기려는 손길이다. 군사분계선 남쪽 땅에 쇳조각을 묻는 일은, 종이 위의 선을 발밑에서 다시 그리는 일이다. 그 선이 그날 아침 사람의 발목으로 확인됐다.

바다에도 선이 있다.

1952년 1월 18일, 이승만 대통령은 ‘평화선’을 공포했다. 전쟁 중이었다. 부산이 임시수도였다. 한반도 연안에서 멀게는 200해리 가까이 나가는 선이었다. 그 선 안에 독도가 들어 있었다. 석 달 뒤 ‘대일평화조약’이 발효됐다. 일본이 주권을 되찾기 전에 선이 먼저 그어진 것이다.

일본은 거듭 항의했다. 그러나 선은 남았다. 우리 어민의 어장이 그 안에서 지켜졌다. 1953년 울릉도 청년들이 의용수비대를 꾸려 섬에 들어갔고, 1954년에는 독도에 등대가 켜졌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평화선은 효력을 잃었다. 그래도 남은 것이 있다. 독도가 우리의 실효적 지배 아래 놓인 채 오늘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영토는 선언으로 생기지 않는다. 선언 뒤에 쌓인 시간이 그것을 굳힌다.

그 시간을 이어받은 것이 지금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다. 1994년 유엔해양법협약 발효 이후 동해의 선은 다시 그려졌다. 1999년에 발효한 한일어업협정은 독도 주변을 중간수역에 두었다. 그 경계는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다. 일본은 해마다 조용히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항변하면서, 그 말을 국가 안보문서에, 교과서에, 다국어 홍보물에 적어 둔다.

DMZ의 군화와 EEZ의 독도는 따로 있지 않다. 땅의 선이든 바다의 선이든, 지키지 않으면 밀린다. 밀린 선은 되돌리는 데 백 년이 든다. 그리고 그 값은 늘 보통 사람이 치른다. 선이 흔들리면 자본이 빠지고 환율이 흔들린다. 어장이 줄고 항구의 식당부터 문을 닫는다.

울릉 저동항의 새벽을 본 사람은 안다. 배들은 등대 불빛을 지나 동쪽으로 나간다. 오징어를 쫓아 밤을 새우고 홍게를 올린다. 포항과 후포의 배도 같은 바다로 간다. 어획은 해마다 줄었다. 어민에게 수역은 지도 위의 선이 아니라 생계의 경계다. 선 하나가 밀리면 그물 놓을 자리가 준다. 그 다음은 위판장이고, 그 다음은 항구의 식당이다.

우리가 할 일은 멀리 있지 않다. 지뢰 매설의 경위를 밝히는 조사가 흐지부지되지 않는지 지켜보는 일이다. 다친 장병의 치료와 보상이 끝까지 가는지 묻는 일이다. 평화선에서 오늘의 수역까지, 우리 바다가 어떤 문서와 어떤 시간으로 지켜져 왔는지 아이에게 한 번 설명해 주는 일이다. 안보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사람을 표로 가려내는 일이다.

구호는 길지 않아도 된다. 근거가 길어야 한다.

대대장은 지금 병상에 있다. 그는 부하를 향해 달려가다 발목을 잃었다. 그의 군화 한 짝은 돌아오지 않는다. 선을 지키는 일은 언제나 누군가의 몸으로 치러져 왔다. 평화선 시절 바다에서도 그랬고, 그 DMZ 숲에서도 그랬다.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 빨리 잊는다.

병상에 꽃을 보내는 위로도 좋으나 그 사실을 오래 기억하는 일이 어렵다.

국가는 문서에 적는다. 날짜와 장소와 이름을 적고, 치료와 보상을 끝까지 집행한다. 적히지 않은 희생은 사고로 남는다. 적힌 희생은 역사가 된다.

개인에게는 그런 문서가 없다. 적어 둘 곳을 각자 만들어야 한다.


동해의 선과 그 섬에 관한 이야기를 이 지면에서 이어 가려 한다. 그것도 적어 두는 일의 하나다.

선은 지도 위에 그어진다. 확인은 지도 밖에서 이루어진다. 군화 한 짝은 돌아오지 않는다. 적어 두지 않으면 사라진다. 선도, 사람도 그렇다. 그 빈자리를 우리는 어디에 적어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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