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 어스는 땅의 크기를 바로잡겠다고 만든 지도다. 적도에서 먼 땅이 부풀려지던 옛 지도의 왜곡을 걷어 내고, 모든 땅을 제 크기대로 그리겠다고 했다. 공평한 지구라는 이름을 달았다. 그 공평한 지도에서 가장 작은 섬 하나가 빠졌다. 작은 것은 쉽게 지워진다. 지워져도 아무도 소리 내지 않는다. 지도는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
처음 알아챈 사람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아이들에게 세계지도를 보여 주려다 있어야 할 자리에 섬이 없는 것을 보았다. 그는 내려받아 두었던 옛 지도를 꺼내 비교해 보았다. 독도 섬은 옛 지도에만 있었다. 항의에 나선 곳은 민간 외교단체였다. 누가, 왜 지웠는지는 아직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교사의 눈과 시민의 손이 있었을 뿐, 그 자리에 국가는 보이지 않았다.
오리건주에서도 그랬다. 주 교통국이 한국인을 위해 만든 한글 안내문에 안전거리를 설명하는 그림이 있었다. 앞뒤로 선 두 자동차 지붕에‘독도는 한국땅’이 적혀 있었다. 일본 총영사관이 항의했다. 오리건주는 문구만 지우지 않았다. 한국인을 위한 안내 섹션을 통째로 닫았다. 자동차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땅이었다. 전 재산을 정리하고 막 비행기에서 내린 이민자들은 모국어 안내문 하나 없이 운전면허 시험장 앞에 섰다. 집을 구하고, 아이들 학교를 알아보고, 일자리를 찾는 모든 길이 그 시험장에서 시작되었다. 섬이 지워지자 사람이 길을 잃었다.
외국 관료에게 한∙일의 역사는 관심 밖이다. 더 큰 이해가 걸린 나라가 집요하게 항의하면 그들은 조용히 지운다. 일본은 독도 문제의 상대를 한국으로만 보지 않는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도와 교과서와 행정 문서 속에서 움직이며 한국을 고립시킨다. 서두르지 않는다. 다만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말한다. 우리가 지키고 있으니 저러다 말겠지. 누군가 대신 나서겠지. 그러나 지우는 것은 한순간이고, 되돌리는 것은 오래 걸린다. 상대는 세대를 이어 가르친다. 우리는 식민지를 겪지 않은 세대로 내려오면서 가르치기를 멈추었다. 가르치지 않으니 잊는다. 망각은 편안하다. 그러나 편안함은 지킴이 아니다. 남의 집 불은 구경거리가 된다. 내 일가친척의 일이 아니면 다행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불길은 담장을 가리지 않는다.
그 사이에도 누군가는 독도를 가르친다. ‘왜 우리 땅인가’를 묻는 아이에게 답을 들려주는 교사가 있고, 밤늦게 외국 기관에 정정을 요청하는 편지를 쓰는 청년들이 있다. 시킨 사람도, 박수 치는 사람도 없다. 때로는 오해를 받고 외면을 당한다. 그래도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그들도 독도처럼 혼자 서 있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약소국의 설움은 지도 위에만 있지 않다. 우리 곁에도 바위섬처럼 홀로 바람을 견디는 이웃이 있다. 낯선 나라의 운전면허 시험장을 헤매던 이민자가 그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붙들고 있는 사람이 그렇다. 외로운 이웃을 외면하는 사회는 외로운 섬도 지키지 못한다. 곁에 있는 사람을 모른 척하는 마음이 멀리 있는 섬을 남의 일로 만든다.
영토를 지키는 힘은 군함과 고문헌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힘든 이웃에게 내미는 손,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따뜻한 밥 한 끼에서 시작된다. 이웃의 아픔에 무딘 사람은 섬의 아픔에도 무디다.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섬도 지킨다. 영토 수호는 거기서 시작된다.
독도는 혼자 서 있다. 그러나 혼자 두어서는 안 된다. 그 섬 곁에, 그리고 섬처럼 외로운 이웃 곁에 우리가 함께 설 때, 섬은 어떤 지도에서도 지워지지 않는다. 독도를 지키는 일은 외로운 이웃의 손을 잡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