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계기로 한·미·일 3각 공조를 바탕으로 해 유엔 안보리는 물론, 주요 국가들의 양자 차원 대북제재안을 끌어내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사실상 '최후의 카드'를 꺼낸 우리 정부가 선제적인 남북간 양자 제재를 통해 국제사회의 동참을 적극 유도하면서 대북 제재 국면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11일 외교부에 따르면 윤병세 장관은 전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한 데 이어 이날에는 유엔 주재 서맨사 파워 미국 대사, 류제이(劉結一) 중국 대사, 요시카와 모토히데(吉川元偉) 일본 대사,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러시아 차석대사 등과 조찬모임을 갖고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배경을 설명하고 대북공조 방안 등을 논의했다.
윤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와 관련, "이번에는 '끝장 결의안'이 돼야 한다"며 "북한 정권이 상상하고 예상하는 범위를 훨씬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미국 상원은 이날 우리 정부 입장에 호응, 소형화된 핵탄두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북한의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강력한 대북 제재 법안을 승인했다.
특히 이 법안은 세컨더리보이콧(secondary boycott)과 방코델타아시아(BDA)식 제재를 통해 북한의 자금줄을 원천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정은 정권과 이를 지원하는 개인들에 대한 제재는 물론,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상품과 기술을 도입하는 개인과 인권침해, 돈세탁, 화폐위조, 사이버 테러와 관련된 개인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돼있다.
일본 역시 전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앞서 인적 왕래와 송금의 규제를 엄격하게 규정한 독자적인 대북제재안을 발표했다. 북한 국적자의 입국금지, 북한 선박과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의 일본 입항 금지, 대북송금 제한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우리의 조치에 호응해 주요 우방국인 미국과 일본이 공동보조를 취하는 양상이 전개되면서 정부의 대북 압박조치는 더욱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유엔 차원에서의 대북 결의안이 가장 강력하게 이뤄질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북한의 주요 관계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동참을 이끌어내는데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양자 차원의 대북제재 방안을 두고 한·미·일 3각 공조가 공고화되면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던 중국으로서는 우리 정부의 표현대로 '뼈를 깎는' 강력한 대북 제재 방침에 국제사회가 호응할 경우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한·미·일 3각 공조 강화가 단순한 편가르기를 통한 '한·미·일 대(對) 북·중·러' 대결 구도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북아 지역의 대결 구도가 고착화될수록 우리 정부로서는 중국이라는 중요한 지렛대를 잃어버린 효과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부담이다. 우리 정부가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썼는데도 중국의 협조 없이는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