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데뷔 9년째를 맞이한 보컬그룹 '2AM' 멤버 조권(27)은 노련하다. 어지간한 질문에는 답변이 척척 나온다. '노래하는 조권'이면서, 동시에 '깝권'이기도 하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활달한 모습과 가느다란 목소리 등으로 인해 까불거리고 여성스럽기만 한 이미지로 대하는 이들도 조권의 안정된 보컬을 듣는 순간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노래하는 조권은 어느 때보다 당당하다. '깝권'이 아닌 '깡권'으로 통하는 이유다.
솔로로는 3년8개월 만에 발표한 새 디지털 싱글 '횡단보도'가 이를 증명한다. 조권이 작사한 곡으로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법한 사랑의 설렘과 이별의 감정을 경험담을 바탕으로 노래했다. 현실적인 가사와 애절한 보컬이 인상적인 감성 발라드다.
'발라더' 조권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가는 목소리임에도 단단해진 저음이 인상적이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프리실라' '체스' 등에 참여하며 실력을 키운 덕이다.
조권은 "가수 발성과 뮤지컬 발성이 다르다. 뮤지컬에서 음폭이나 미성을 뽑아낼 수 있는 음역대를 조정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저음 부분과 고음 부분까지 훈련이 됐다"고 말했다.
'횡단보도'와 따듯한 선율의 '괜찮아요', 조권이 작사에 참여한 러브송 '플루터(flutter)' 등이 실린 이번 앨범으로 "가창력이 돋보였으면 했다"고 바랐다.
깝권으로서 넘치는 '끼'를 펼쳐보여야 하는 오락 예능 프로그램인 아닌 JTBC '슈가맨', SBS TV '힐링캠프'처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반긴 것도 그 때문이다.
깝권이 부담이냐는 물음에 "일부러 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라며 웃었다. "JYP가 나라는 '상품'에 '깝'과 조권의 '권'을 붙여보자고 했으면 이렇게 안 됐다"는 것이다. "신인이라면 초반에 당연히 밟아야 할 것을 순차적으로 거친 거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여장, 개인기 등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했는데 비호감으로 찍힌 거지. 점차 대중이 마음의 문을 열면서 '깝권'이라는 애칭을 얻게 된 것이고."
그런데 애초에 예능돌, 예능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MC 자리를 노리지도 않았다"고 했다. "스물둘, 어리기도 한 나이에 발광을 부려도 (웃음) 귀여운 손주 같고 옆집 남동생 같아서 그런 이미지가 생겼다. 예능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적은 없다. 내 꿈이 예능인이 아니라 가수이기 때문에 줄인 것 뿐이다."
그래서 예능프로그램에 종종 출연하면 오히려 "대우를 해준다"며 즐거워했다. "'깝권의 귀환' '명불허전 조권'이라는 수식을 해주니까. 예능인으로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가수 조권으로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니 부담이 덜 된다. 스페셜 게스트로 나가는 지금은 마음이 평안하다. 다만 깝권으로서 끼를 마음껏 표출한 것이 나의 다른 면을 가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다."
조권은 아직 욕심이 많고 꿈도 크다며 신나했다. 그러나 "'조 이사'로 불리거나 회사를 차려 사장이 될 생각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조권은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다', '괜찮은 친구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스타 조권'이 되고 싶다. 정말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예전에는 진영이 형, 한국의 레이디 가가 또는 마돈나처럼 되고 싶다고 했지만 지금은 롤모델이 있다기 보다는 스타가 되고 싶다. 앞으로 가치를 높여가고 내면, 외면적으로 발전하고 싶은 욕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