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샴페인 너무 일찍 터뜨린 오바마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마무리되지도 않은 이란과의 핵 협상을 "역사적인 합의"라고 자평하며 자화자찬했지만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미국을 포함한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국과 독일·P5+1)과 이란이 맺은 핵 협상은 말 그대로 잠정적인 합의였다. 큰 틀을 그어놓고 최종일인 6월30일까지 세부적인 부분을 놓고 조율을 할 계획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이 아니라 펜을 꺼내 들지도 못한 상황인데 그야말로 사방팔방에서 압박과 견제가 들어오고 있는 것.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심지어는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까지. 누구 하나 오바마 대통령을 도와주는 이가 없다.
실질적으로 이란을 이끌고 있는 하메네이는 "제재 해제가 다른 과정의 이행에 달렸다면 이란은 협상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이뤄진 일은 최종 협상이나 내용을 담보하지 못하며 최종 결과가 타결되는 것도 확실치 않다"고 강조했다.
또 서방을 "불충한 무리"로 지칭하면서 "미국은 언제나 약속을 깨고 속이려 한다"며 팽배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는 선출된 대통령의 인준과 해임,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고 전쟁 선포까지 할 수 있는 막강한 위치다. 이란이 원하고 있는 것이 즉각적인 제재 해제인 만큼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양측의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가 이란에 S-300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수출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종파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예멘 아덴항 앞바다에 해군 전함 2척을 보냈다. 겉으로는 해적으로부터 자국 선박을 보호한다는 것이 이유이지만 무력 시위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연합군에 밀리고 있는 시아파 후티 반군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공식 임기가 2년이 채 남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이란 핵 협상'이 마지막으로 내세울 수 있는 공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 여부를 떠나 '약해진 미국'을 만들었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