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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포항시, 첨단과학도시로 가려다 길 잃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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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첨단과학도시로 가려다 길 잃었는데...

김재원 기자 jwkim2916@naver.com 입력 2020/05/22 17:37 수정 2020.05.22 08:56
- 시장은 영농철 시작을 알린다며 모내기 행사로
- 이강덕 시장, 책임행정 없고 전시행정만...
지난 7일, 포항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사업에 탈락한 당일 오후 이강덕 시장이 모내기 행사에 참석한 모습
지난 7일, 포항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사업에 탈락한 당일 오후 이강덕 시장이 모내기 행사에 참석한 모습

 

1조원대의 대형 국책사업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에서 포항이 탈락한 지 수주일이 지나도록 포항시는 별다른 대책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강덕 시장은 포항이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에서 탈락한 당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유감 표명을 하고는 오후에는 영농철의 시작을 알린다며 모내기 행사에 참석해 “책임행정은 없고 전시행정만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신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부지에 대한 최종 선정결과를 발표했다. 충북 청주시가 최종 선정됐다.

과기부는 “청주가 지리적 여건과 발전 가능성 분야에서 타 지역 대비 우수한 평가를 받아 최종 부지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청주가 접근성이 높고 인근에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와 대덕연구단지 등 연구 인프라가 밀집돼 있어 이용자 수가 많다는 점이 장점으로 고려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포항은 세계 3번째 성공작인 4세대 가속기가 있다. 총사업비 4천298억원이 투입돼 지난 2011년 4월 구축을 시작, 2015년 말 완공됐다.

긴 막대기 형태로 건립된 가속기 건물은 길이 1.1km로 1층 건물로는 국내에서 가장 긴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구릿빛 관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오며, 시작점에서 전자총으로 X선을 발사하면 관을 통해 선형가속기와 삽입장치가 연결된 1㎞를 지나 실험장치가 있는 끝지점에 도달하는데 불과 1초도 걸리지 않는다.

가속관 옆에 설치된 원통장치는 항상 평평한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4세대 가속기를 관리하기 위해 마련돼 있다.

영일만 앞바다에서 만조가 발생하면 지면이 5마이크로미터 정도 올라가는데, 이 변화까지 감지해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장치를 통해 포항 가속기연구소는 2016년 6월, 0.5nm 파장의 X-선 자유전자 레이저 발생에도 성공했다.

이렇게 발생한 X-선 자유전자레이저는 기존 3세대 방사광보다 1억배 밝아 물질의 미세구조를 나노단위까지 관측할 수 있으며, 물질의 현상을 펨토초(10의 15 제곱 분의 1초)까지 분석할 수 있다.

단분자 단백질이나 살아 있는 세포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어 획기적인 신약 개발에 활용되고 신물질·신소재 분석을 통한 원천기술 확보와 IT 반도체 소자산업, 의료분야 등 다양한 산업발전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인해 관련 산업과 연구기술의 연속성 및 집적을 위해서도 다음 세대 방사광가속기도 포항으로 유치돼야 한다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더구나 포항에는 국내 최고 이공계 대학인 포항공과대학교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 연구 인프라도 축적돼 있는 곳인데도 탈락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와 관련, 포항지역 김정재 국회의원과 김병욱 당선자는 성명서를 통해 “정치적 입김에 놀아난 과기부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예정지 결정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정부는 예정지 심사 기준과 심사 내용 일체를 즉각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철우 도지사는 “경상북도는 이번 다목적방사광 가속기 후보지로 나주와 청주 지역이 우선 협상지로 결정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처럼 포항을 비롯해 경북권 전체에서 강한 유감과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포항은 7일 이미 1차 예선에서 춘천시와 함께 탈락했는데 이강덕 시장은 오전 시 보도자료를 통해 “매우 실망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는 오후 본격적인 영농철의 시작을 알린다며 북구 송라면의 모내기 행사에 참석했다.

“영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고 시의 중요 현안이자 미래 먹거리 사업유치가 실패해 비상이 걸렸는데 사후대책을 찾고 대안 강구할 생각은 안하고 모내기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이로인해 “이강덕 시장은 책임행정은 없고 전시행정으로 일관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수차례 해결하겠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재선동안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을 마련하지 못해 다음달이면 시설이 없어 외지업체가 처리하게 된 점, 기업유치하겠다며 공단만 만들어 놓고는 실적 미비는 물론 외지업체들로부터 전국에서 기업하기 가장 어려운 곳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점 등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는 지적이다.

포항은 그동안 포항제철소와 철강공단 업체들로 인해 국내 대표적 철강도시로 자리매김해 왔지만 최근 세계적인 철강경기 하락과 포스코의 경기침체로 지역경기도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는 게 지역주민의 최대 요구사항이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와 충청북도(도지사 이시종), 청주시(시장 한범덕)는 21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지원을 위한 과기정통부-충청북도-청주시 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3개 기관은 이번 업무 협약을 토대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조기 구축을 위한 정부-지자체 역량을 총체적으로 결집․활용하여 첨단 연구기반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인데 이번 사업 규모는 1조원대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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