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학교 사회 교과서가 펼쳐진다.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입니다.” 열세 살 아이는 밑줄을 긋는다. 시험에 나온다고 했으니까.
서울 · 같은 시각
한 고등학생이 스마트폰을 든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신곡 챌린지 영상을 올린다. 48시간 안에 조회수 100만을 넘긴다.
두 장면은 무관해 보인다. 그러나 이 두 장면이야말로 오늘날 독도를 둘러싼 싸움의 본질을 압축하고 있다. 한쪽은 반복으로 인식을 심고 다른 쪽은 확산으로 세계를 움직인다. 우리는 지금 어느 쪽에 서 있는가.
일본의 전략은 단순하고 집요하다. 2023년 개정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초·중·고 전 학년 교과서에 ‘다케시마 영유권’ 주장을 명기했다. 조용하지만 끈질기다. 매년 새 학기마다 수백만 명의 아이들 머릿속에 같은 문장이 새겨진다.
반면 우리는 행사 때 외치고 선거 때 언급하고 다시 잊는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우리는 독도를 ‘수호해야 할 영토’로만 보았지 ‘지속적으로 유통되어야 할 콘텐츠’로 보지 않았다. 그 인식의 차이가 지금의 격차를 만들었다.
영토 분쟁에서 국제 여론은 법정보다 먼저 움직인다. 크림반도 사태 당시 러시아는 병합 이전부터 수년간 자국 미디어와 소셜 콘텐츠를 통해 “크림은 원래 러시아”라는 서사를 세계에 유통시켰다. 남중국해 분쟁에서도 중국은 다큐멘터리·지도·관광 콘텐츠로 자국의 역사적 권리를 반복 노출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콘텐츠 전쟁이 외교 전쟁보다 앞선다는 사실은 냉정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K-POP이 있다.
2021년 BTS가 유엔총회 연설에 섰을 때 전 세계 주요 언론이 일제히 대한민국을 주목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K-POP을 접한 해외 팬의 57.6%가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답했다. 문화는 외교보다 깊이 스민다.
K-POP은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니다. 전 세계 수억 명이 자발적으로 소비, 공유하고 재생산하는 감정의 플랫폼이다. 그 안에 독도가 들어간다면 어떻게 되는가. 팬들이 독도를 검색하고 독도를 배경으로 영상을 만들고 독도의 이름이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전 세계 피드를 흐른다. 구호 한 번으로는 만들 수 없는 일이다.
실행은 세 갈래로 가능하다. 첫째, K-POP 아티스트와 협업한 독도 테마 공식 콘텐츠다. 정부와 기획사가 손잡고 글로벌 팬덤을 가진 그룹의 뮤직비디오나 화보에 독도의 풍경을 자연스러운 배경으로 담는다. 둘째, 청년 크리에이터 중심의 챌린지 캠페인이다. 독도를 주제로 한 숏폼 영상 공모전을 열고 해외 K-POP 팬 커뮤니티와 연계하면 자발적 확산이 시작된다. 셋째, AI 기반 다국어 콘텐츠 플랫폼이다. 독도의 역사와 생태를 영어·일어·스페인어로 자동 생성해 지속 배포하는 구조를 만들면 적은 예산으로도 끊임없는 노출이 가능하다.
이것이 독도를 가볍게 다루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소비되지 않는 것은 잊힌다. 잊힌 것은 결국 약해진다. 독도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다면 그 빈자리는 언젠가 외교적 빌미로 채워진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강한 주장보다 지속되는 노출이다.
독자 여러분께 직접 묻고 싶다. 당신의 조카가 당신 동네의 스무 살 청년이 이미 그 플랫폼 안에 있다. 매일 영상을 만들고 댓글을 달고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움직이고 있는 것을 독도 쪽으로 향하게 밀어주는 것이다.
노래는 반복되고 챌린지는 확산되며 콘텐츠는 기억된다. 독도가 그 안에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말할 수 있다. 독도를 지키고 있다고. 지도 위의 점이 아니라 세계의 플레이리스트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