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이 추진 중인 약 200억 원 규모의 ‘서의성 공공목욕탕 건립사업’을 둘러싸고, 군의회 박모 의원의 발언과 행보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예산을 심사·견제해야 할 군의원이 대형 공공사업을 “주도했다”는 취지로 언급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방의회의 본연의 책무를 벗어난 행정 개입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며, 비정상적 권한 행사마저 ‘정당한 의정활동’으로 인식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수사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불거진 ‘행정 개입’ 논란
해당 군의원은 이미 환경업체 매매 개입 및 금품 수수 의혹, 특정 사안에 대한 행정 개입 의혹 등으로 고소·고발이 진행 중이며 현재 수사 절차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공공사업인 목욕탕 건립 과정에서도 “사업을 자신이 주도했다”는 취지의 발언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단순 공공사업 차원을 넘어 반복적 행정 개입 여부로 확대되고 있다.
▲ “군의원이 추진?”… 권한 구조 자체 흔드는 발언
본지 취재 결과, 박 의원은 해당 사업과 관련해 2021~2022년경 한 단체 관계자의 질문에 대해 “지역민들이 원해서 하는 사업이고, 의원은 지역 일꾼이기 때문에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더해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 번복이 어렵다”는 언급과 함께, 기존 목욕탕 운영자에게 리모델링을 권유하고 향후 공공목욕탕 운영권(수탁) 가능성까지 거론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사업 방향과 이해관계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핵심 기능은 행정 견제와 예산 심의에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의성군 관계자는 “군의원이 특정 사업을 사실상 추진 주체처럼 설명하는 것 자체가 행정 체계상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 운영권까지 언급…선 넘은 개입 논란에, “들은 적 없다”…당사자 반박
논란은 공공목욕탕 완공 이후를 전제로 한 발언에서 더욱 증폭된다.
“기존 사업자가 수탁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조건을 설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은, 정책 설명의 범주를 넘어 특정 개인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체적 설계 방향까지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공사업과 민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운영권 배분’까지 거론된 것은, 군의원의 권한 범위를 둘러싼 근본적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당사자인 기존 목욕탕 운영자는 “리모델링 권유나 운영 관련 제안을 직접 들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관련 발언을 전해 듣고 직접 항의에 나섰다는 증언도 나오면서, 발언의 사실 여부 자체에 대한 신뢰 문제도 커지고 있으며, 취재 중 만난 사업 초기 및 현재 담당 공무원들 역시 “기존 업주와의 접촉이나 피해 보상 관련 논의는 없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박 의원 발언의 신빙성은 더욱 흔들리는 상황이다.
▲ 선거 발언…사실이어도, 아니어도 문제
또한 여기서 특히 문제가 되는 지점은 해당 발언이 나온 시기다.
박모 의원이 최근 6.3 지방선거에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시점과 맞물려 현직 군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 기간 중 모 단체 회원을 상대로 이뤄진 발언이라는 점에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부적절한 권한 개입이고, 사실이 아니라면 선거 과정에서의 허위 인식 유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주민 요구’ 명분의 실체...200억 사업, 재정 우선순위 맞나
의성군과 박 의원 측은 해당 사업을 “주민 요구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군수 간담회 참석 인원이 15명 내외에 불과했고, 기존 목욕탕 운영업자는 배제됐으며, 특정 인물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증언이 이어지면서 ‘주민 요구’의 대표성에도 논란이 제기된다.
더욱이 의성군은 재정자립도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구 소멸 지역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심지 외 지역에 200억 원 규모의 시설을 조성하는 것이 재정 우선순위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지적과 함께, 고령층 중심 이용 구조를 고려할 때 접근성·운영비 등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목욕탕 건립 논란을 넘어선다.
군의원의 역할 범위, 공공사업의 공정성, 민간시장과의 충돌, 행정 절차의 정당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주민 요구”라는 명분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선을 넘었을 때 이를 통제할 장치는 무엇인지,
이번 논란은 그 기준을 다시 묻고 있다.
한편 논란의 중심에 선 박 의원은 본지가 보낸 질의문자에 대해, 목욕탕 관련 발언에 대한 구체적 해명 없이 "기자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전제한 후 악의적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6.3 지방선거 국민의 힘 공천권을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