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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窓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5/05 15:45 수정 2015.05.05 15:45
실망스러운 아베 총리의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다.
  일본 총리로서 사실상 첫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이었기 때문에 이번 연설은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그가 일본의 행정부 수반으로서 과거사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이날의 연설도 아베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 하버드대 강연에서 했던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하버드대 강연에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커녕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신매매’로 지칭해 빈축을 샀다. 아베 총리는 미 의회에서 약 45분 간 진행된 영어 연설에서 "전쟁에 대해 깊은 반성을 느낀다"고 말했지만, 일본의 과거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계승할 것이라고 밝혔을 뿐 위안부 문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일본이 선의를 갖고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끌었다는 취지의 터무니 없는 주장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아베 총리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직접 지켜봤지만,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한 미국인들에 대해서만 애도를 표명했을 뿐 과거사 사죄는 외면했다.
  아베 총리는 하버드대 강연에서도 군 위안부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인신매매 피해자'라는 표현을 사용해 위안부 문제를 마치 일본 정부와는 아무 연관도 없는 제3자의 일처럼 호도하려 했다. 이러한 언행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거사에 대해 사죄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메르켈 총리는 2009년 9월1일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발발 70주년 기념식에서 독일 총리로는 2번째로 무릎을 꿇었다. 과거사 사과에 대해 인색한 아베 총리는 그러나 표면상으로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과 협력 관계 구축 등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지도자가 역사 인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러한 노력은 빈 껍데기가 될 가능성이 높을뿐더러 동북아 협력과 안정보다는 대립과 갈등만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베 총리에게 이제 많은 기회가 남아 있지 않다. 진심으로 과거사를 뉘우치고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하는 것이야말로 한국과 일본이 불행한 과거를 극복하고 동반자로 나아갈 수 있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아베 총리는 반드시 깨달아야만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丹齋) 신채호 선생의 명언처럼 아베 총리가 계속해서 과거사와 위안부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외면한다면 그러한 행동은 언젠가 부메랑이 돼서 일본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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