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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공연관람에 찬물 끼얹는 '관크'..
사회

공연관람에 찬물 끼얹는 '관크'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5/14 15:26 수정 2015.05.14 15:26
  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 '피가로의 결혼'공연 중 왈칵 성을 낼 뻔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홍혜경이 3막 절정에서 '그리운 시절은 가고'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뒷 좌석에서 기침 소리가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프리마 돈나'로 통하는 그녀의 10년 만의 고국 무대였다. 자신이 지루하다는 걸 부모에게 알리려는 의도가 역력한, 소년의 잇단 기침 소리로 인해 청아한 홍혜경의 목소리를 감상하는 기쁨의 한 조각이 잘려나갔다.
전날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 로사스 무용단의 '로사스 댄스 로사스'에서도 뒷 좌석의 관객이 신경을 긁었다. 초반 30분 음악도 없이 4명의 여성 무용수가 비슷한 동작을 조금씩 변주했다. 그녀들의 숨소리만 침묵에 균열을 내고 있었는데, 한 남성 관객은 지루했나 보다. 졸 수도 있지만 코까지 골다니!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강조했다. "예술은 옆에서 항상 교육을 시켜야 한다. 듣는 매너도 마찬가지"라고. 지난해 런던 로열페스티벌홀에서 공연 도중 아이가 기침을 하자 그 아이의 부모에게 '아이가 더 큰 뒤에 데려오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을 꺼냈던 그녀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도 "듣는 쪽에서 아무런 노력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맞다. 노력하는 거다. 공연장에 앉아 있는 것은 단순히 구경하는 게 아니라 그 공연에 참여하는 거다. 아티스트와 소통하며 공연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거다. 영화 '시월애'(2000)에서 '은주'(전지현)는 가난, 사랑과 함께 기침을 '숨길 수 없는 세가지'로 꼽았지만 클래식 공연에서 한 악장이 끝나면 몰아서 하는 기침은 "나, 악장 내내 잘 참은 고급 관객이었지"라는 자위로 들린다.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기침까지 걸고 넘어지는 게 아니다. 최소한 노력은 필요하지 않은가.
서울시향의 '아르스 노바' 공연과 최근 무대에 오른 연극 '차이메리카' 관객의 태도는 그런 면에서 본보기가 됐다. '아르스 노바'는 난해한 현대 음악 프로그램이고 '차이메리카'는 (작품의 몰입도가 상당하기는 하지만) 2시간30분 동안 인터미션 없이 쭉 이어짐에도 공연흐름을 방해하는 잡음은 없었다. 관객 수준의 높고 낮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아르스 노바'와 '차이메리카' 관객들은 작심하고 공연에 참여하려는 '노력파'로 보였다.
요새 공연 관객 사이에서는 '관크'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관객 크리티컬(Critical)'을 줄인 것으로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노력하지 않는 이들이 한 두명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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