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시청 쇼트트랙 코치 등 9명 불구속 송치
선수훈련비, 대회 출전비 등을 빼돌린 스포츠 종목 감독, 코치 등 9명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K시청 쇼트트랙 코치 이모(37)씨 등 5명과 D시 레슬링협회 전무이사 이모(45)씨, 스키 전 국가대표 감독 이모(38)씨와 김모(54)씨, 대한씨름협회 전 사무국장 성모(58)씨 등 9명을 횡령 및 사기,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 K시청 쇼트트랙 코치 이씨는 2010년부터 K시청 공무원 최모(54)씨와 빙상장 대표 정모(54)씨, 체육용품업자 김모(38)씨와 문모(52)씨 등과 공모해 선수들에게 지급해야할 훈련비 8000만원 상당을 횡령하고 빙상장 대관료, 장비 구입 등의 명목으로 1억56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D시 레슬링협회 전무이사 이씨는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소속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우수선수 관리지원금' 1억51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알파인 스키 전 국가대표 감독 이씨는 2010년 11월부터 한달 간 예정된 국가대표 선수 미국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남은 돈 720만5000원을 반납하지 않고 가로챈 혐의를, 크로스컨트리 전 국가대표 감독 김씨는 2010년 7월부터 그해 12월까지 진행된 호주와 핀란드에서의 전지훈련에서 숙식비를 과다청구해 511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씨름협회 전 사무국장 성씨는 기업후원금 중 800만원을 스스로에게 지급하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씨름대회 경기장 설치비를 과다 지급해 협회에 8470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스포츠 비리는 지자체나 협회 등의 허술한 예산 관리, 해당 공무원과의 토착비리에서 비롯됐다.
예컨대 K시청의 경우 실업팀 예산을 기능직 공무원 1명이 7년간 담당하는 동안 관리 감독이나 정기감사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왔다.
이어 D시 레슬링협회 이씨는 2002년부터 16년여동안 전무이사를 맡으면서 협회의 예산 집행 등 행정을 총괄해왔다. 특히 이씨는 1993년 D시 범죄단체 '왕가파'의 행동대장이었고 레슬링협회 전무이사 일을 시작한 2002년 당시에도 경찰의 관리대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스키협회는 해외전지 훈련 시 훈련비 등을 감독에게 지급해 직접 사용하게 하는 등 해외 사용처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등 예산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K시청 쇼트트랙 코치 이씨의 범행경력이 적지 않은 점을 토대로 사전영장을 청구했으나 검찰은 이를 기각했다. 이에 경찰은 이씨 등 9명을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관계자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체육단체가 지원금 등 각종 예산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당국에 수사결과를 통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