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현
어쩌면 너는
우주 생성 이래 늘 함께해 온
나의 원수였을 것이다
태어나서 죽고
죽어서 또 태어난다는 윤회
부처님의 가르침은
너와 나의 악연을 말함이 아닐까
산야에 떠도는 서러운 원혼들이
철쭉의 핏빛으로 피어나는 곳
이른 봄을 얄밉도록 불 지피는 것은
너와 나 미움의 시작 아닐까
어느 날 문득 다시금 돌아와
그믐 달빛같이 내 애간장 도려내며
하염없이 날 울릴 인연 아닐까
어쩌면 너의 숙명은
나의 분신일지니
아마도 나와 견원지간 일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