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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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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窓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5/31 14:53 수정 2015.05.31 14:53
이르스(EARS) 나겠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뒤 중동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가 지난 4일 바레인에서 귀국한 60대 한국 남성이 20일 메르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한국에도 상륙했다.
그후 열흘이 채 안 돼 메르스 환자는 9명으로 급속히 늘었다. 첫 환자가 확인된 지 9일 만에 추가 감염자가 8명이나 발생했고 감염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격리 대상자도 63명이나 된다. 의심 환자도 120명에 달한다. 아시아에서 메르스 2차 감염자가 나온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메르스 감염 의심자가 지난 26일 중국으로 출국해 양성 판정을 받고 중국에서 격리치료를 받는가 하면 메르스 환자와 밀접 접촉하지 않은 2차 감염자도 발생했다. 특히 국내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의 전염력이 학계에 보고된 여타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염력보다 10배 이상 강한 것으로 드러나 보건 당국은 초비상 상태에 빠졌고 국민들은 메르스 공포에 빠졌다.
한국 보건 당국의 부적절한 초기 대응 탓에 메르스는 이제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중국을 거쳐 동아시아까지 진출할 수도 있게 됐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도 서아프리카에서만 창궐해 먼 나라 일로 생각됐던 에볼라 바이러스의 첫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여러 공항을 경유해 미국으로 입국한 뒤 의료진이 초기 검진을 잘못한 사실이 드러나며 전염 우려가 확산됐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에볼라 공포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조 바이든 부통령의 전 비서실장을 에볼라 위기 대응을 총괄하는 이른바 ‘에볼라 차르’(총괄조정관)에 임명하는 등 총력적으로 대응했으나 공포(Fear)와 에볼라(Ebola)를 결합한 ‘피어볼라(Fearbola)’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만큼 에볼라 전염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데는 실패했었다.
그래도 미국은 에볼라 백신이라도 개발 중이었지만 메르스는 에볼라에 비해 치사율은 4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낮다지만 현재까지 백신이나 치료제는 전혀 개발되지 못했다. 아직까지는 메르스 환자에게서 채취한 바이러스 유전자가 기존의 메르스 바이러스와 같은 것으로 확인돼 사람 간 전파가 잘 되도록 바이러스가 변이됐다는 근거는 없지만, 에볼라의 경우 지금까지 5종의 변종이 발견된데다 지금도 새로운 변종이 계속 출현하고 있어 한국 보건 당국이 숭숭 구멍뚫린 방역망과 미숙한 초기 대응이 계속될 경우 메르스가 변이해 동아시아호흡기증후군(East Asia Respiratory Syndrome·이르스)이라는 신조어가 생기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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