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잠재력 갖춘 미래 고려한 명단 발표
▲ © "같은 포지션에서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노장 선수들과) 비슷하거나 낫다고 판단하면 미래를 염두에 두었다."
1일 UAE와 미얀마전에 나설 23명의 명단을 발표한 울리 슈틸리케(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은 선발 기준 중 한 가지로 '미래'를 꼽았다.
대표팀은 오는 16일 미얀마와 2018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을 치른다. 3년 뒤 러시아를 타깃으로 하는 실질적인 첫 걸음이다.
미얀마는 한국에 크게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다. 앞서 11일 평가전을 가질 UAE 역시 마찬가지다.
이같은 이유에서인지 이번 명단에는 유독 잠재력을 갖춘 젊은 선수들이 눈에 띄었다. 최종 타깃인 러시아월드컵을 겨냥해 다양한 선수들을 시험하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의중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17세 시절 잠시 대표팀을 경험한 최보경(전북)이나 A매치 출전 경험이 한 차례도 없는 이용재(나가사키), 딱 한 차례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임채민(성남) 등 모두 20대 초중반에 불과한 이들이다.
이들과 정반대의 인물이 바로 염기훈(수원)이다. 한때 대표팀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그의 나이도 어느 덧 32살이 됐다.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기에는 다소 많은 것이 사실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같은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염기훈이 만으로 32살인데 2018년 월드컵을 준비하는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고 말한 것이 그 증거다.
그럼에도 염기훈이 태극마크를 다시 달 수 있었던 배경에는 K리그 클래식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성적표 때문이다. 수원의 주장인 염기훈은 올해 리그 11경기에 나서 6골·6도움을 기록 중이다. 득점은 에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고 도움은 2위 정대세(수원)보다 2개 많은 단독 1위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오히려 플레이에 물이 올랐다는 평가다. 겨우내 체중을 3㎏ 감량하면서 민첩해졌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K리그를 병행하면서도 여전히 정상 수준의 체력을 유지 중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고민에 빠졌다. 미래를 위해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줄 것인지, 아니면 실력을 인정해 대표팀에 선발한 것인지를 두고 장고를 거듭했다. 가장 고민했던 포지션을 묻는 질문에 염기훈의 이름을 바로 올릴 정도였다. 그의 선택은 후자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내가 선발할 공격 자원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지금 K리그에서 득점 1위(국내 선수 기준), 도움 1위 선수를 선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월등한 기량이 확고했던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현재 염기훈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당한 갈비뼈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그래도 슈틸리케 감독은 직접 그를 보고 싶어했다.
"성과를 보인 선수에게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 이번 선발은 어느 정도 보상의 의미도 있다"면서 "코칭 스태프에게 확인한 결과 염기훈이 다시 훈련에 돌입했다. 3일 리그 경기에 나올 수 있고 만약 못 나온다고 해도 주말에는 나올 것"이라고 동남아 2연전에 염기훈과 함께 할 뜻을 확고히 했다.
염기훈의 마지막 대표팀 경기는 1년5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명보 전 감독 시절인 지난해 1월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친선경기가 마지막 A매치다. 끝난 줄 알았던 그의 대표팀 생활이 다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