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의 관리망이 곳곳에서 뚫리며 국내 메르스 확산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국은 이번주를 중대 고비로 확산세가 꺾일 것이라 기대했지만 4차 감염자가 발생하는 한편 감염 경로 불분명한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때문에 지역사회 감염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3일 메르스 추가 확진자 가운데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송요원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137번 확진자인 A(55)씨는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감염 의심 상태에서 근무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급실을 중심으로 병동과 외래 등 환자를 이송해 밀접 접촉자만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전국에서 사람이 몰리는 대형병원인데다 감염병에 취약한 응급실에서 일한 탓에 대규모 감염도 우려되고 있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병원 내 동선, 근무일지 등을 입수해 노출 범위와 접촉자를 조사 중"이라며 "의료진과 환자, 가족 가운데 노출된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발 2차 유행을 촉발한 14번 환자의 이동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당초 당국은 이 환자의 활동 범위를 응급실 내로 국한했지만 정밀 조사 결과 응급실 주변을 여기저기 옮겨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1일 확진 판정을 받은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외래환자와 마찬가지로 응급실 밖에서 환자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14번 환자의 세부 동선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27일 환자의 상태가 어느 정도 거동이 가능한 상태였다"며 "응급실 주변에서 활동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국에서 파악한 4차 감염 사례도 처음으로 나왔다.
133번 환자(70)로 5일과 6일 76번(75·여·6월10일 사망) 환자를 운송하던 민간 구급대 소속 구급차 운전자다.
새로운 감염원인 76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을 나온 이후 서울의 한 노인요양병원과 강동경희대병 응급실을 거쳐 건국대병원으로 이동한 뒤 격리됐다. 관리망 밖에서 여러 병원을 옮겨 다녀 추가 감염도 우려된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이송요원 확진자가 제3의 새로운 '슈퍼 전파자'가 되지 않도록 민관합동 TF와 논의해 집중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