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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김찬곤 교수의 세상 톺아보기..
사회

김찬곤 교수의 세상 톺아보기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6/16 15:48 수정 2015.06.16 15:48
‘문제’를 찾자

▲     ©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학문상의 ‘문제’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갭(gap between real state end desired state)”이다. 예컨대, ‘이상’을 공부 잘하는 것이라 할 때, ‘현실’이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잘 가지 않으려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자기아이가 어떤 ‘문제’에 놓여 있다고 여기는 것이 그런 경우다. 학교를 잘 가는 것이 ‘이상’인데, ‘현실’은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문제의 크기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갭으로 결정되는데, 그 간격이 클수록 문제는 크고 그 간격이 작을수록 문제는 작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가 최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예방책이라고 내놓은 것 중의 하나에 ‘낙타접촉금지령’이라는 게 있다. 이 병이 중동의 낙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사례에서 낙타와의 접촉을 금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의 반응은 독특했다. “출근할 때 낙타를 타지 말아야 하겠다.” 거나 “정부 조치가 아니었으면 낙타고기나 낙타유를 먹을 뻔했다”고 하는 유머를 담은 어느 칼럼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낙타를 만나려면 특정한 곳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그 사육장으로 가야만 겨우 볼 수 있는 형편인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낙타와의 접근을 금지한다는 예방책을 내놓았으니, 과연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이 많고, 그래서 정부의 발표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입을 모으는 것이다. 그런데 뜻있는 몇몇 네티즌들은 소위 ‘메르스지도’를 만들기도 하고, 엘리베이트 버튼을 팔꿈치로 누르라는 현실적 정보와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지식을 소상히 전하고 있어, 오히려 정부가 해야 할 ‘문제’의 인식을 선제적으로 하고 있다고 칭찬받고 있는 것이다.
‘이상’은 병이 없는 청정한 환경인데, ‘현실’은 메르스라는 신종 병이 전파되고 있으니 ‘문제’가 생기긴 틀림없이 생긴 것인데, 그렇다면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상’에 ‘현실’을 맞추어야 한다. 즉, 이상적인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발병원인을 차단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발병한 사람들에 대한 집중치료와 그들과 관련된 정보의 공유가 필요한 것이다. 마주칠 확률이 거의 없는 낙타와의 접촉을 금지한다는 내용은, 그래서 알맞은 문제해결의 방법이 아닌 것이다. 출근을 낙타로 하는 문화 속에 사는 사람들이거나 낙타 젖을 우유처럼 복용하는 국가의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는 우리나라의 경우, 그냥 낙타가 있는 곳의 격리만으로 충분한 것이지 이를 ‘낙타접촉금지령’ 이라는 거창한 발표문에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풀 수는 있지만, 그 문제가 무엇인지 잘 몰라서 못 풀 뿐이라는 말이 있다. 학교를 가지 않으려는 자녀에게는 학교를 즐겁게 다니는 현실을 만드는 게 문제의 해결인데, ‘끼니를 굶어서’와 같은 비현실적요인을 들어서 ‘학교가기 싫은 아동에게는 절대로 밥을 굶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식의 예방책은 현실에서의 문제해결능력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를 잘못 보면 그 해결도 잘못될 수 있고, ‘문제’가 정확하면 해결도 바르다. 따라서 일에 대한 능률보다 올바른 문제를 찾아내는 일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메르스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좀처럼 가시지 않은 것도, 한 편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그래서 많다. 병이 정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 아닐 터인데, 굳이 초기대응에서의 전파병원명 등을 감출 필요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를 잘못 인식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제라도 정확한 ‘문제’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적어도 낙타접촉금지령 보다 손 씻기와 마스크 하기 등에 대한 현실적 제안이 그래서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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