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초기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면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관리 대상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역학 조사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당국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6일 예방의학회와의 협조를 통해 90여명의 민간역학조사반을 시·도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예방의학 전공의, 간호사, 보건학 전공자 등으로 구성됐다.
권덕철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인력 부족으로 역학조사를 시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민간역학조사반은 시도 역학조사관으로 72명, 중앙 즉각대응팀에 18명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역학조사관은 감염 병의 발생 원인과 특성을 파악해 방역 대책을 세우는 전문가다. 특히 바이러스 전파 경로를 찾아 접촉자에 대한 격리 조치 등의 중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질병관리본부 14명을 포함해 전국에 역학조사관은 34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정식 공무원인 2명의 보건연구관을 제외한 32명은 군복무 중인 3년 임기의 공중보건의여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들어 삼성서울병원 외래환자나 환자의 보호자 등이 격리 대상에서 빠진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던 건 역학조사 인력이 부족한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달 들어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며 격리대상자도 5000명 이상으로 불어나는 등 조사 대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역학조사관은 환자의 의무기록과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면접조사 등을 토대로 동선을 파악하는데 환자와 의료진을 제외한 내원객은 방문 기록이 없어 밀접접촉자들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일일이 추가한다. CCTV 확인에도 수일이 걸리는데다가 관리 대상이 조사관을 압도하며 조사관들의 업무가 과부하된 상황이다.
박영준 보건연구관은 "현재 역학 조사는 밀접접촉자들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추가로 같이 방문했었던 사람이 있느냐를 일일이 확인을 해서 추가적으로 업데이트 하고 좀 더 세밀하게 CCTV를 봐서 세부적인 사항들을 설정한다"며 "접촉자 범위를 늘려야겠다는 판단을 하는 데에 있어서는 시간이 좀 걸리는 부분들이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