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줄어든 외국인 관광객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정작 국내 거주 중동인은 한국인에게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체류 자격을 얻은 중동 국가 출신 외국인은 파키스탄 1만423명, 이란 1370명, 사우디아라비아 1319명, 터키 938명, 시리아 633명, 아랍에미리트(UAE) 613명, 요르단 413명, 아프가니스탄 494명, 이라크 327명, 이스라엘 286명 등 총 1만6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아직 국내 메르스 확진 환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죄인 아닌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한국인에게 이들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희대 어학당에 다니는 사우디 국적의 쟈이난(21·여)씨는 한국에 온 지 2년이 됐지만, 요즘 들어 유독 한국인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진다.
쟈이난씨는 "지하철을 친구들과 탔는데 우리가 앉은 쪽에만 텅 비었다. 우리 쪽으로는 사람들이 안 왔다"며 "며칠 전 친구 3명과 화장품 가게에 들어갔는데 어떤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그냥 가게를 나가버리기도 했다"고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이어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우리한테 왜 그러나 싶은 생각이 든다"며 "'우리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고 말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