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원회에 바란다
▲ © 허대만 새정치연합 포항남·울릉위원장 “혁신안(案)이 아니라 실천이 문제다”
몇 번째인지 모르는 당혁신위원회가 인선을 마무리하고 출범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회가 전권을 주었기 때문에 과거의 혁신위와 달리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있고 해보나 마나일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낙관과 비관이 크게 교차하는 것 같다.
이번 혁신위는 그 활동내용이나 활동기간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혁신위가 무엇을 할 것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혁신위원장 인선이 이루어진 직후, 보궐선거 책임론과 대표사퇴 주장이 일단 물밑으로 가라앉았다는 점은 혁신위가 가져온 효과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혁신위 인선이 발표된 후 당내외 인사의 비율이 어떤가에 대한 논란과 친노? 운동권 위주라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무난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과거의 혁신위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푹푹찌는 무더위 속에 휴가도 가지 못한 채 에어컨 아래서 여름감기로 고생해 가며 혁신안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할 것이다. 지난 혁신위의 혁신안도 검토할 것이고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과 지지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도 보여줄 것이다. 몇 가지 쟁점을 두고 토론회 같은 걸 개최하기도 하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참고할 것이다. 찬 바람이 불기시작하는 늦여름이나 초가을 쯤에는 김상곤 혁신위의 혁신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될 것이다.
혁신안은 결국 최고위원회에 보고되고 혁신위는 그 활동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다.
최고위원회에서부터 혁신안을 두고 논란이 일어나고 당 전체로 비슷한 논란이 확산되어 갈 것이다.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사생결단 식의 대립이 벌어질 수도 있다. 친노비노 논쟁이 다시 불거지게 될 것이다. 혁신위는 친노가 공천권을 장악하려고 비노를 제거하기 위한 방편일뿐이었다는 비난과 기득권지키기라는 비난이 난무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최고위원회에서 혁신안을 수용하여 이를 그대로 실천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현실성있는 예측이 아닐까.
결국 돌고 돌아 지금의 최고위원회에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한다. 혁신위가 최고위원회와 별도로 존재하면서 혁신안을 보고받도록 되어 있는 현재의 구조는 필연적으로 혼란스런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혁신위 인선에 대해 최고위원회는 인준내지 의결을 통해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할텐데, 이것이 김상곤 혁신위의 태생적 한계다. 현재의 상황은 혁신안을 만드는 일과 이것을 실천하는 일이 명백하게 구분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혁신위 활동이 번번히 실패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집행권이 없는 혁신위가 아무리 좋은 안을 만들어도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최고위원회는 이를 그대로 집행하기보다 현실을 고려하여 적당히 타협한 수준에서 집행하게 된다. 그렇게 혁신위는 결국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과적으로 보궐선거 직후의 혼란과 책임회피에 활용되고는 무의미한 활동을 무더위 내내 하게 될 지도 모른다.
혁신위원으로 활동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새롭게 출범하는 김상곤 혁신위에 바라는 바 몇 가지 있다.
첫째, 혁신안 실천에 대한 믿음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위원장 선임, 위원선임, 혁신안 보고 및 채택을 모두 현재의 최고위에서 해야 할 텐데, 과연 그 실천을 최고위가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실천할 수 있었다면 애시당초 최고위는 혁신위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둘째, 혁신안을 최대한 빨리 확정해야 한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때 공천과 관련한 규칙을 총선 1년 전 시점에 확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실제 올해 4월 13일에 공천혁신위에서 공천방법에 대한 혁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어떤 혁신안이든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확정되면 급박한 시점이라 온갖 예외와 편법이 동원되어 그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다. 아무리 좋은 혁신안이라도 신인들에게는 적응하고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려 그 자체가 불공정하게 된다. 최대한 일찍 규칙이 만들어져 신인이든 누구든 충분히 적응하고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 그래야 공평할 수 있다.
셋째, 공조직을 정상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선 지역조직인 지역위원회는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특히, 위원장이 원외인 경우 당원수도 많지 않을뿐 아니라 민주적인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은 법개정 사항이라 쉽지 않겠지만, 최일선 공조직이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의 혁신이란 어불성설이다. 지역위원회의 정상화가 전제되어야겠지만, 중앙위원회 같은 대의기구가 살아 있어야 하고 최소한 지역위원장들이 주요한 당무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중앙위원회가 당헌에 규정된대로 한달에 한번은 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고위에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면 대의기관인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하면 된다. 중앙위원회같은 공조직에서 당무가 결정되고 당의 정보가 유통된다면 계파문제는 저절로 해소된다. 공조직이 무너졌기 때문에 계파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혁신위의 활동에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