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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베를린영화제 도전" 위안부소녀 영화 '귀향'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7/08 16:20 수정 2015.07.08 16:20
'위안부기림비' 성지 뉴저지 팰팍에서 감독 배우 기자회견

'위안부소녀'의 가슴아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귀향' 제작팀이 7일 뉴저지 팰리세이즈팍에서 첫 하이라이트 시사회와 함께 공식 회견을 가졌다. 서미지씨가 조정래 감독, 백영현 1492그린클럽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지한인매체에 게재된 위안부이슈 관련 구절을 낭송하고 있다. 사진=Newsroh.com 제공/

 "국민들이 만들어주신 영화 '귀향'을 베를린영화제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알리겠습니다."
한 '위안부소녀'의 가슴아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귀향' 제작팀이 7일 뉴저지 팰리세이즈팍에서 첫 하이라이트 시사회와 함께 공식 회견을 가졌다. 미디어조아(대표 한지수)의 후원으로 파인플라자 코리아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회견엔 '귀향'의 조정래(42) 감독과 주연 서미지(24) 씨가 참석했다.
조정래 감독은 이날 회견에서 "영화 '귀향'이 국민들의 성금으로 2주전 촬영이 완료됐다"고 소개하고 "후반작업을 정말 열심히 해서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작품이 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귀향'은 조정래 감독이의 13년 집념이 결실을 이룬 영화다. 2002년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강일출 할머니(87)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 1943년 열다섯살 나이에 중국 길림성의 위안소로 끌려간 강 할머니는 일본군인들이 질병에 걸린 소녀들을 산 채로 불태웠다고 증언하며 그림으로 남겼다.
조정래 감독은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은 낯선 타국의 전쟁터에서 20만명 이상이 숨졌다. 고향에 돌아오신 극소수의 생존자들의 이야기만 우리는 들었을 뿐이다. 타국에서 죽어간 억울한 영령들을 넋이나마 고향의 품으로 모셔와 따뜻한 밥 한술 올리고 싶어 '귀향'이라는 타이틀로 했다"고 소개했다.
조 감독이 직접 다듬은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장구한 시련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는 "왜 선배님들이 그간 위안부 소재 영화를 만들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흥행이 되겠냐. 제작되도 배급사를 못찾을거다. 한결같이 부정적인 전망을 했고,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하고 싶어한 톱배우들도 있었지만 소속사에서 일본에서 활동하는데 문제가 될거라며 만류했다"고 털어놓았다.
서광이 비친 것은 2012년 무렵이었다. 위안부문제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진 것이다. 지난해 제작비 청원운동이 인터넷상에서 시작되자 무려 4만명의 국민이 6억원을 모으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베테랑 배우 손 숙씨는 자비를 들여 출연해 조 감독을 감동케 했다. 수백대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영희역의 서미지씨와 정민역을 맡은 재일동포 배우 장하나양(15) 등 배우들과 스탭진도 사명감 하나로 똘똘 뭉쳤다. 일본어 대사가 필요한 역할은 전원 재일동포 등 현지배우들을 캐스팅하는 등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다.
조 감독은 "1000만원짜리 장비 대여도 스탭들이 뛰어다니며 100만원에 구해오는 등 이 영화에 관계된 모든 분들이 투자자의 마음으로 함께 했다. 실비로 따지면 40-50억원 규모의 영화를 거의 8분의1 값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미지씨는 회견에서 “한 장면 한 장면 소녀들의 아픔을 떠올리며 정말 사명감을 갖고 연기를 했다. 나눔의 집에 갈 때마다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는 할머니들을 뵈면서 어떡하든 이 영화로 행복하게 해드려야겠다는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서미지씨는 수년전 백영현 회장이 한인신문에 자비를 들여 전면광고로 게재한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의 사연을 낭송하는 시간을 가져 주위를 숙연케 했다.
조정래 감독은 재미한인들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그는 "미국에 와서 여기 계신 한인동포분들이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너무나 많은 고생을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서 영화를 13년간 준비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언론이 관심을 갖고, 국민기금이 모아진 계기가 세계 최초의 위안부기림비가 있는 이곳에서 끊임없이 이슈가 만들어진 덕분이었다. 너무나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2012년부터 위안부기림비 조경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백영현 회장은 "조정래 감독과 배우 서미지양이 기림비를 참배하며 눈물짓는 모습을 보면서 수년전 이용수, 김옥선 할머니가 이곳에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영화 '귀향'이 반드시 국제적인 조명을 받아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드리고 한국과 일본의 현 세대가 화합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귀향'은 10월초까지 후반작업을 마치고 연내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국적인 상영관을 잡는 일이다. 조정래 감독이 베를린영화제 등 국제 영화제 출품을 계획하는 것도 작품성을 먼저 인정받아 흥행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해서다.
2012년 고등학교 합창부 해체 위기를 다룬 그의 장편 데뷔작 '두레소리'도 그해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국내 배급사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중앙대 영화과를 졸업한 조 감독은 2000년 단편 '종기'로 데뷔했고 올해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의 감동실화를 다룬 '파울볼'을 개봉해 시선을 모았다.
"나눔의 집에 계신 할머니들을 위해 영화상영과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영화가 한번 상영될 때마다 한분의 넋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잘 마무리 짓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조 감독은 KBS 월드라디오가 광복절 특집으로 방송하는 위안부특별기획 1,2 부 방송의 나레이션도 맡았다. KBS 특별기획은 영화 '귀향'의 제작과정을 중심으로 위안부문제와 관련한 한국과 미국의 인사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이를 위해 KBS라디오 유관모 PD와 함께 뉴저지와 뉴욕의 위안부기림비를 방문하고 백영현 1492그린클럽 회장과 시민참여센터 김동석이사, 기림비동판을 디자인한 스티브 카발로화가, 제임스 로툰도 팰팍시장 등을 인터뷰했다. 8일엔 워싱턴DC로 이동, 위안부결의안의 주역 마이크 혼다 연방의원을 만날 예정이다.
KBS라디오 위안부특별기획은 8월 3일과 4일 월드라디오를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되며 5일과 6일엔 KBS 1라디오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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