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편성과 관련해 "'경제는 타이밍'이라는 오랜 격언이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라며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집행으로 우리 경제, 특히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6일 국회 추경안 시정연설에서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의 협조를 당부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정부가 시급하게 추경안을 편성한 이유는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은 매우 엄중한 시기다. 수출이 회복이 더딘 가운데 내수마저 꺼지고 있고, 경제성장률은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라며 "구직을 단념한 청년의 숫자는 역대 최고 수준이고 폐업 자영업자 수도 연간 100만명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팬데믹도 견뎌낸 우리 경제가 지난 3년간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며 "특히 12·3 불법비상계엄은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경기에 치명타를 입혔다. 미국발 관세 충격부터 이스라엘·이란 분쟁까지 국제정세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지금은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경제위기에 정부가 손을 놓고 긴축만을 고집하는 건 무책임한 방관이자, 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라면서 확장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정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것이다. 위기 앞에 실용으로 답하는 정부여야 한다"며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 바로 새 정부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또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번 추경안은 경제위기 가뭄 해소를 위한 마중물이자 경제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추경안에 담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주저하지 말고 의견을 주시기 바란다"며 "특히 야당 의원들도 삭감에 주력하겠지만,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추가할 게 있으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편성 등 이번 추경안의 세부 내용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소비쿠폰과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경제에 숨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새 정부의 철학에 따라 지방에 더 많은 국비를 배정했다"고 밝혔다.
경기 활성화 투자 촉진 예산 3조9천억원에 대해서는 "AI와 신재생 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고 벤처·중소기업 모태펀드 출자 등으로 성장 동력을 살릴 것"이라고 했고, 민생예산 항목 5조원에 대해서는 "같은 경제위기라도 고통의 무게가 같지 않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취약계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조3천억원의 세입경정 예산을 반영한 것에 대해서는 "재정의 안정성과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권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세수 결손을 방치하면 연말에 예산을 대규모로 불용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사실상 긴축재정 운용으로 민생과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새 정부는 변칙과 편법이 아닌 투명하고 책임 있는 재정 정책을 펼치겠다. 추경안에 세입경정을 반영해 이미 편성한 예산이라도 필요한 사업만 적재적소에 집행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새 정부 출범 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국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시정연설에 나서기 전 우원식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와 사전 환담을 하고 추경안 통과 협조를 당부했다.
국 회의장 접견실에서 이뤄진 사전 환담에는 우 의장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 등이 자리했다.
환담을 주재한 우 의장은 "정치는 길을 내는 것으로, 정치와 경제가 매우 어렵고 국제질서도 급변하는 불안정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에 경제와 민생을 일으키려면 새로운 길을 잘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부와 입법부, 여당과 야당이 서로 소통해가며 새롭게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길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대통령이 적극 소통하려 노력하고 정치 복원에 애쓰는 모습이 국민통합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높여가는 과정"이라고 평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제가 이 방을 몇 번 왔는데 오늘은 입장이 약간 달라져서 이 방에서 의장님을 뵙게 됐다. 마음을 새로 다 잡게 된다"는 말로 화답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길지 않은 시간 국회에서 활동한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된다"며 "정부라는 것이 직진하는 집행 기관이다. 그게 바른길인지 점검하고 함께 검 토해주는 의회의 기능, 견제와 감시를 적정하게 잘해주고 할 수 있는 일은 함께해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김용태 위원장을 향해 "우리 김용태 위원장, 잘 부탁한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가 정치하는 이유는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국가와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공적인 일을 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길이 바람직한지 끊임없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우 의장이 말씀한 대로 정치는 없는 길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그 길을 만들어내는 데 여러 가지 위협적 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연히 다른 시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의견이 많이 충돌할 수 있지만 그건 의견이 서로 다를 뿐 틀린 건 아니라는 생각으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존중하면서 국민 저력을 모아 이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함께 우뚝 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이 대통령은 "제가 이제 을이라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