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그맨 이경규씨가 공황장애 약 복용 후, 운전 중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면서 약물 운전에 대한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음주운전과 달리 약물 복용 후 운전 금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이러한 가운데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을 대상으로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6명가량인 59.9%가 ‘약물의 종류나 복용 후 운전 제한 시간 등 기준이 모호하므로, 약물운전 자체에 대한 처벌은 부당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약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울 우려가 있었음에도 운전을 했으므로 처벌되어야 마땅하다’는 의견은 25.6%에 그쳤다.
의견을 유보한 ‘잘 모름’은 14.6%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세부 응답계층에서 ‘부당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인 가운데, 30대, 사무/관리/전문직에서는 부당하다는 의견이 70%를 상회했다.
먼저 지역별로는 수도권인 서울(63.3%)과 경기/인천(62.3%), 부산/울산/경남(62.6%)에서 ‘처벌 부당’ 의견이 60%를 상회하며 평균보다 높았다.
이어 광주/전남/전북(58.6%), 대전/세종/충청(55.3%), 대구/경북(48.6%)의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30대(76.1%)에서 10명 중 7명 이상이 ‘처벌 부당’ 하다는 의견을 보냈다.
또 40대(68.1%)와 50대(53.4%)에서도 60% 이상의 응답자가 ‘부당하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20대(59.0%), 60대(53.4%), 70세 이상(39.0%)의 순으로 ‘처벌 부당’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이념성향과 무관하게 진보층(68.4%), 보수층(62.1%), 중도층(60.8%) 모두 적용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약물운전 자체에 대한 처벌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직업군 전반에서도 부당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인 가운데, 학생층에서는 ‘부당하다’는 의견(42.9%)과, ‘처벌해야 한다’(39.6%)는 의견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경찰청에 따르면 병원에서 정당하게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하고 운전한 경우라도 면허 취소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약물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 건수는 2배 이상 증가했다.
약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운전자는 2019년 57명에서 2023년 113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2015년(53명)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일각에서는 병원 처방약도 도로교통법상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 해당될 수 있어, 관련 법령과 단속 기준의 명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그맨 이경규(65) 씨가 이 같은 사례에 해당된다.
이씨는 지난 6월 8일 서울 강남구에서 타인의 차량을 운전한 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간이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씨 측은 “10년 넘게 복용 중인 공황장애 치료약이 원인”이라며 의도적인 약물운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현재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약물 감정을 의뢰하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정신질환 치료나 불면증 등에 사용되는 약물 중 일부가 졸음, 판단력 저하, 반응 속도 둔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황장애 환자에게 자주 처방되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약물 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국회에서도 관련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3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약물운전 시 처벌 수위를 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했다.
약물 검사 거부 시에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조항도 신설됐다.
그러나 여전히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번 조사는 2025년 7월 1일(화) 전국 만 18세 이상 대상으로 무선(100%)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실시했고, 응답률은 6.2%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이다.[일간경북신문=일간경북신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