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혁신위원회가 이번 주 초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한다. 혁신위는 6·3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딛고 내년 지방선거, 내후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당 혁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녔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안 의원은 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의결을 거쳐 혁신위 구성을 완료하고, 9일 첫 회의를 여는 타임라인을 제시한다.
혁신위는 안 의원을 포함해 7명 정도로 구성될 예정이다. 특히 당의 약한 고리로 여겨지는 이른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에 방점을 두고 구성할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당 관계자는 "인선이 마무리 단계"라며 "혁신위 출범 일정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계파 갈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안 의원이 막판 인선에 신중을 기하고 있 다고 알려졌다.
혁신위 인선을 놓고도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혁신위에 어떤 인사들이 참여하느냐가 향후 혁신 작업의 방향과 강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단, 안 의원은 혁신위가 출범하면 속도감 있게 혁신 작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계엄·대선 이후 당내 옛 친윤(친윤석열)계로 일컬어지는 구(舊)주류와 친한계 사이에서 내부 갈등 청산 등 쇄신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안 의원은 계파색이 옅은 '비주류'로 분류되지만, 특검법 등 현안에서 대체로 친한계와 같은 스탠스를 취해왔다.
이와 더불어 친한계를 중심으로 당내 일각에서는 벌써 압박 여론을 조성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당장 TK 초선의 우재준 의원이 '중진 차기 총선 불출마'를, 박정훈 의원이 '친윤 2선 후퇴' 등을 거론하며 인적 청산을 요구할 태세다.
다만, 구주류·영남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현 지도부의 구성을 고려하면 안 의원도 혁신안이 실제 추진 가능한 방향으로 당내 의견을 두루 수렴하며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23년에도 총선을 앞두고 꾸려진 '인요한 혁신위'에서 중진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를 제안했으나, 당시 김기현 전 대표가 거부해 좌초된 전례가 있다.
또 8월 중으로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가 예상된다는 점도 혁신위 활동의 변수기 될 전망이다.
본격적인 전대 국면에 접어들면 당내 관심이 쏠리며 혁신 동력이 급속도로 저하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새 지도부가 혁신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혁신위 운영 방식을 놓고 벌써 내부 온도 차가 감지된다.
안 의원은 매주 한 가지씩 혁신 구상을 제시하고 즉각 필요한 의결 절차를 거쳐 추진한다는 구상인 반면 당 지도부에서는 혁신위 논의 및 발표는 주 단위로 진행하되 최종 추진 여부는 비대위 또는 차기 지도부에서 일괄 의결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당 관계자는 "혁신위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지만, 실제 실행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전 당원 투표로 선출된 새 지도부의 몫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는 김문수 전 대통령 후보는 최근 한 강연에서 "당의 투쟁력·응집력을 강화해 국민이 믿을 수 있는 당이 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을 개혁해야 한다. 김문수는 국민이나 당이 위축될 때 침묵하지 않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혁신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해석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