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당헌·당규에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를 명시하자는 1호 혁신안 관철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문과 같이 구속력이 강한 당헌·당규에 '사죄' 표현을 명시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구체적인 문구는 숙의 과정을 통해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다.
24일 윤 위원장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진솔한 사과를 하는 것이 폐족의 길을 막는 한 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장 오늘부터라도 지도부가 (1호안에 대해) 결심하면 된다"고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윤 위원장은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최고위원 선출 방식 변경(2호안), 당원소환제 강화(3호안)를 두고 논의를 더 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1호안 만큼은 조속히 통과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선 여전히 호응이 크지 않다. 아울러 지도부도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당내에서는 계엄·탄핵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직접적으로 당헌·당규에 명시하기보다 취지를 살리되 문구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분위기다. 윤 위원장이 제시한 사죄문 내용을 조정하기 위해 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과도 맥이 닿는다.
당 핵심 관계자는 "사죄를 당헌·당규에 담는 게 맞는지, 어떤 내용으로 담을지를 깊게 논의해야 한다"며 "1호 혁신안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일부 당권 주자들도 혁신안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전날 SBS 방송에 출연해 "혁신안을 그대로 받으면 국민의힘은 30∼40석 이상은 빠져나간다"고 우려했다.
장동혁 의원도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혁신이란 이름으로 특정인을 청산하겠다, 사과하겠다면서 결국 우리 당을 과거로 다시 되돌리고 내부 싸움터로 돌려놓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으로 지도부의 숙의 과정을 거치겠지만, 이 과정 역시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는 지금은 내부 혁신 논의보다 이재명 정권의 인사 난맥상을 놓고 대여 공세에 집중할 때라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하면서 혁신안 논의가 더욱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권 주자들 간 경쟁이 본격화하면 물리적으로 원내 의견 수렴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서다.
윤 위원장이 1호안 통과를 위해 추가 혁신안 논의를 일단 중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1호안이 흐지부지되면 혁신위 활동도 자연스럽게 종료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