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철강 대응책은?
포스코 등 법인소득세 2년 새 967억→ 157억
‘K-스틸법’ 절실…전기료↓ 정치권 등 조속 마련
지난 25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철강 50% 관세를 인하하는 방안이 끝내 논의되지 않았다.
이에 한국 철강업계는 이제 관세를 '뉴노멀(새로운 기준)'으로 받아들이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당장 한국의 대표적 철강 산업도시인 포항시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철강 관세로 지역 중소 철강업체가 도산 위기에 내몰릴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27일 이강덕 포항시장은 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소 포항공장 등 '빅4 철강기업'들이 지난해 납부한 지방세가 157억 원으로, 2022년 967억 원에 비해 83.7%나 급감했다"고 이같이 호소했다.
이어 "지방세 감소는 미 트럼프 정부의 철강 관세와 중국의 저가 공세, 건설업 경기침체 등 복합적인 요소가 겹치면서 발생했다"며 "이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지역의 철강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지금은 어렵다는 표현보단 위기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또 "현재 철강 경기침체로 지역 경기는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도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청년들이 많이 유입되어야 한다"며 "그런데 지역 주축 산업인 철강 경기침체로 근로자들이 타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다. 정부가 위기에 처한 철강업체를 위한 K- 철강법을 이른 시일에 마련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그러면서 "철강기업들은 전기세를 많이 부담스러워 한다. 지역 정치권과 정부가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는 법안이 빨리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강덕 시장의 정부에 대한 호소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호남 단체장도 동참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언급하면서 "한미 동맹 발전과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철강에 대한 50%의 과도한 관세 문제는 앞으로 실무 협상 과정에서 반드시 완화되도록 국가적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한 품목 관세가 적용되는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 목록 407개 제품 카테고리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이 결과에 따라 이들 제품의 철강·알루미늄 함량에 50%의 관세율이 적용될 것"이라고 공개했다.
이어 "오늘 조처에는 풍력 터빈과 부품 및 구성품, 모바일 크레인, 불도저, 기타 중장비, 철도차량, 가구, 압축기 및 펌프, 수백 가지 다른 제품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산업계에서는 미국의 이번 조처로 인해 한국의 관련 산업계도 피해를 볼 것으로 관측했다.
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미정상회담은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조선과 국방, 원전 등이 핵심 의제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철강은 주요 의제에 끼지 못했고, 현대차그룹의 36조원 투자 계획 일환으로 루이지애나 제철소가 언급되는데 그쳤다.
철강업계 안팎에서는 결국, "철강 관세 50%가 대미 수출의 새 표준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판매 단가를 낮추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포스코의 진로도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현재 포스코는 현지 완결형 투자 계획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고수익 지역인 미국에는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제철소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고성장 지역인 인도에는 현지 JSW 그룹과 함께 일관제철소 건립을 추진 중이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와 JSW가 합작한 인도 일관제철소의 생산 능력 확대에도 주목한다.
기존 500만톤 규모에서 인도의 시장 성장성을 감안해 600만톤으로 생산규모를 늘리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포스코가 인도 공략에 이전보다 더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현대제철도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립을 준비하면서 자동차용 강판 고객사 다변화를 추진한다. 지난해 전체 생산량의 20%를 그룹 외 완성차 기업에 판매했고, 올해는 한국GM을 고객사로 새로 추가했다.
북미에서 강관 등을 생산하는 세아제강은 현지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며 대응하고 있다. 세아스틸USA의 올 상반기 가동률은 60%로 지난해(53%)와 2023년(52%) 대비 한결 높다.
미국철강협회에 따르면 미국이 올해 7월까지 수입한 철강 제품 중 스테인리스 파이프 및 튜브, 라인 파이프, 원유용 강관 등은 지난해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강관 수요를 세아제강이 흡수할 기회가 열린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철강업계 전반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장기 관점에선 중복 사업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철강 관세가 이미 주요 의제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높았다"며 "미국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주요 철강 기업들도 사업 방향을 조정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미국 관세가 50% 대폭 인상되면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효자 품목이던 철강 산업이 한 달 만에 뚝 떨어졌다.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억 8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가까이 줄어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철강과 알루미늄 소재가 들어간 파생상품 407종에도 50% 관세가 확대 적용됐다.
철로 만든 볼트나 알루미늄 포장재가 들어간 완제품, 중간재에도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자국 업계 요청에 따라 50% 관세를 적용할 파생상품 종류를 계속 늘려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져 산업계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