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여야 지도부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회동 제안에 대해 사실상 단독 회동인 ‘영수회담’을 조건으로 걸면서 제1야당 대표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 대통령의 통합 행보에 ‘들러리를 설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회동 주도권을 가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22일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미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 후,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장동혁 대표를 포함한 여야 지도부 회동을 즉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우 수석은 지난달 27일 장동혁 대표를 예방하여,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의사를 밝히자 장 대표는 "단순 만남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즉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 대표는 다음 날 대통령실에 별도의 단독 면담이 있어야 한다며 ‘영수회담’을 역제안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의제 조율 등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실제 성사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당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천명한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회동을 걷어차지 않고 오히려 단독 회동을 요구하는 것을 두고 다목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여야 지도부가 모인 자리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이럴 거면 뭐 하러 갔느냐'는 비판이 강경 지지층을 중심으로 당내에서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기국회 회기에서 극명한 '야성'을 부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자신이 내세운 '반(反)정부 투쟁' 구호의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 있다. 반면 회동을 성사시킨 이 대통령은 여야의 초강경파 대표가 서로 악수도 하지 않는 상황과 맞물려 '정치를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을 개연성이 작지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단순히 대통령실의 순방 성과를 얘기하는 자리에 들러리 역할을 할 필요가 없다"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장 대표의 단독 회동 요구에는 소수 야당 대표로서 국민의힘이 원하는 의제를 관철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국민의힘은 ‘특검법·검찰개혁 법안’ 처리 속도 조절과 자당 추천 몫 인권위원 선출안 처리 등 주요 현안을 주요 의제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또 '내란 세력' 운운하며 제1야당을 패싱하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의 갈등 국면에서 단독 회동을 통해 요구를 관철하는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더 나아가 단독 회동 요구에는 사실상 '1.5선'인 장 대표의 체급 키우기 측면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날 경우, 야권의 지도자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해 장 대표는 단독 회동을 '제1야당 대표와 영수회담'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영수회담'은 과거 권위적인 정치문화에서 쓰던 용어"라며 "지금은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으로 쓴다"며 영수회담이란 표현 사용을 자제해줄 것을 언론에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회동 성사까지는 난관도 적지 않다. 특히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했던 특검 수사가 가장 큰 변수다.
압수수색이 또다시 현실화 된다면 정국이 급랭하며 회동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영수회담이 확정된 것은 없지만, 조건이 조율될 경우 회동이 성사될 여지는 충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회동이 급한 건 이 대통령 쪽"이라며 "여당이 입법 폭주를 일삼는 상황에서 최소한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게 첫 안건이 돼야 만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