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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이 무덤 될 수도 전한길이 건드린 ‘대..
정치

‘보수 텃밭’이 무덤 될 수도 전한길이 건드린 ‘대구 민심’

김상태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5/09/03 16:58 수정 2025.09.03 16:59
권용범 “당을 망칠 수 있다”
장동혁 대표 ‘잘할 것’ 39.3%

한국사 강사인 국민의힘 소속 전한길 씨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두고 “대구시장 출마 시 무조건 양보하겠다”고 공개 발언한 것을 두고, 보수의 심장 대구 민심(民心)을 건드렸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TK(대구·경북)는 ‘보수의 텃밭’으로 전통적으로 국민의힘이 절대적인 지지를 누리며, 외부 정치세력 개입에 반감이 높은 지역이다.
그런 대구시장 공천에 외부 인사인 이진숙 위원장을 급부상시키자, 지역에서는 “정치 실험장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전한길 씨는 “이진숙 위원장에게는 무조건 양보하겠다”고 했고, 동시에 “날 지지하면 국회의원·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하며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했다.
특히, “장동혁 대표에게 영향력이 있다고 보고, 제가 힘이 세다고 보고, 놀랍게도 벌써 저한테 인사나 내년 공천 청탁이 막 들어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당 내부에서는 “당원들의 뜻과 경선 절차를 무시했다”는 반발도 커졌다
정치인들이 지역민의 의사와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공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시민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다. 대구 A의원은 “230만 대구시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대구를 정치 놀이터로 보는가”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런 표현에서 보듯, 대구 민심은 그동안 중앙 중심적 접근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당 내부에서도 “현실 정치를 모른다”, “자신이 당의 주인인 양”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전 대구미래대 권용범 학장은 전한길 씨의 발언에 대해 “정치 망상을 넘어 과대망상”이라 규정하며, “당을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절차적 정당성과 보수 진영의 정체성을 공격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지며, 대구 민심과 당 내부 모두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고 전망했다.
반면, 지역 정가의 또 다른 인사는 "대구에서 오랫동안 구축돼 온 '국민의힘 독점 정치 구조'에 안주한 정치인들에게 전한길 씨의 강성 발언이 위협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관측했다.
사실 정치 경쟁의 실종을 의미하는 '국민의힘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은 오래전부터 TK 정치의 악습이었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지역 경제 살리기와 시민의 삶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공천권이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 눈치보기와 차기 당권 주자에 더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지방의회 의원들도 줄서기와 눈치보기로 정치를 대체했다.
국민의힘 독점이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다. 지역 유권자가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 일반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빼앗았다”며 절망하며 투표장에 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국민의힘에 대한 피로감도 컸다는 얘기다. 실제로 장동혁 지도부의 첫 여론 시험대에서 국민적 기대감은 긍정보다 부정 여론이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텃밭인 TK조차도 부정 여론이 앞섰다.
3일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전국 성인 2003명을 대상(응답률 3.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2%p)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장동혁 대표가 '잘할 것'(긍정)이라는 응답은 39.3%에 그쳤다. 반면, '잘못할 것'(부정)이란 응답은 51.2%로 집계됐다. '모름' 응답은 9.5%였다.
권역별 인천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부정 평가가 더 높았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은 긍정 35.6% vs 부정 52.7%, 경기는 긍정 38.7% vs 부정 50.9%로, 부정 평가가 절반을 넘겼다. 다만, 인천은 긍정 46.0% vs 부정 43.8%로 오차범위 내에서 긍정이 앞섰다. 영남권에서는 TK 경우, 대구 긍정 43.3% vs 부정 48.4%, 경북 긍정 47.7% vs 부정 51.1%로 부정 평가가 더 높았다. PK는 부산 긍정 41.0% vs 부정 46.9%, 경남 긍정 35.7% vs 부정 57.1%로 부정이 앞섰다.
반면 울산은 긍정 58.6% vs 부정 31.4%로, 긍정이 더 높았다.
캐스팅 보트 지역인 충청권도 대전 긍정 42.0% vs 부정 49.6%, 충북 긍정 31.9% vs 부정 54.6%, 충남 긍정 43.2% vs 부정 48.7%로, 부정 의견이 더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7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부정 평가가 우세했다.
20대 긍정 32.7% vs 부정 52.6%, 30대 긍정 35.4% vs 부정 52.3%, 40대 긍정 32.9% vs 부정 57.4%, 50대 긍정 34.3% vs 부정 58.8%로 젊은층과 중장년층 모두 부정 평가가 우세했다.
반면 60대는 긍정 42.7% vs 부정 50.3%로 팽팽했고, 70세 이상에서는 긍정 59.0% vs 부정 33.1%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긍정 77.3% vs 부정 15.9%로, 장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무당층(지지정당 없음, 모름)에서는 긍정 21.3% vs 부정 53.6%로, 부정 평가가 높았다.
보수층에서는 긍정 67.5% vs 부정 24.4%로 긍정 응답이 높았다.
반면, 민심의 풍향계인 중도층은 긍정 30.1% vs 부정 60.6%로 부정 응답이 많았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8월 26일 전당대회에서 당시 대세로 꼽히던 김문수 후보를 꺾고 대표직에 올라 파란을 일으켰다. 장 대표의 승리 배경에는 전한길 씨를 위시한 당내 극우·강성 보수 성향의 당심이 결집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장 대표와 전 씨의 정치적 동맹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달 19일 TV조선 주관으로 열린 당대표 선거 3차 TV토론에서 ‘당대표가 돼서 내년 재보궐 선거 후보 공천을 할 수 있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한길씨 중 누구를 하겠나’라는 앵커의 질문에, 전한길씨를 공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장 후보는 “전씨는 탄핵 때부터 우리 당과 함께 열심히 싸워 온 분”이라며 “지금도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권과도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이다. 열심히 싸워온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전한길씨의 예측 불가한 발언 수위가 높아질수록 당 내부 불신이 확산될 것이며, 보수의 자존심도 훼손 될 것이다”고 진단하면서 “더 나아가 전 씨가 보수 진영의 정체성을 공격하면, 대구 민심과 당 내부 모두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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