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7일 “호남에서 시작해 충청과 영남으로 확산하는 모든 지역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수도권 중심에서 전국으로 확대하고 비수도권의 성장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대구·경북(TK)에서는 그동안 제기돼 온 ‘TK 패싱’ 우려가 실제 정책과 예산으로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생을 최우선하고, 모든 지역의 성장을 추진하겠다”며 지역균형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3대 메가 프로젝트와 관련해 “수도권 근처에 국한된 반도체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대한민국 살리기 프로젝트”라며 “호남에서 시작해 충청과 영남으로 확산하는 모든 지역 살리기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표현상으로는 영남을 분명히 정책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TK 정치권에서는 ‘영남 확산’이라는 원칙론을 넘어 대구·경북에 어떤 산업과 기업, 인프라를 배치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 당시 대구·경북에서는 수도권과 호남 등에 비해 TK의 핵심 산업 기반과 대형 국책사업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특히 반도체와 피지컬AI, 데이터센터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대구·경북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에 따라 이번 지역균형발전 구상의 실효성이 판가름날 전망이다.
김 대표는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되는 세수를 활용하는 미래대응기금에 대해서도 “성장, 청년, 지방, 인재 양성 등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TK에서는 미래대응기금 등이 실제 지역 산업과 인재 육성에 투입될 경우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재정 배분 과정에서 TK가 후순위로 밀려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예산이 문제라는 분석이다.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는 구호와 달리 실제 정부 예산안과 국회 심의 과정에서 대구·경북 주요 사업이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특히 통합신공항과 광역교통망, 포항 이차전지·철강산업 고도화, 대구 미래산업 및 로봇·AI 산업 등 TK가 요구해 온 주요 현안과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가 어떻게 연결될지가 관심사다.
김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개헌론도 공식적으로 꺼내 들었다.
그는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된다”고 밝혔다.
최근 정치권에서 현직 대통령 연임제 개헌론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범위에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개헌 논의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치개혁과 관련해서는 진보개혁 정당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중도 보수세력과 대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섭단체 정수 조정 논의도 본격화하겠다고 했다.
청년 정책에서는 여야 공동 대응을 강조하며 정부 회의에 여야 청년위원장을 공동 참석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법개혁과 관련해서는 검찰 개혁에 이어 경찰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최대의 권력으로 등장한 경찰 수사를 견제하고 효율화할 모든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당정 관계에 대해서는 “창조적 당정 수평관계를 확립해 민심을 직언하고, 확고하게 지원하는 책임 있는 집권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3기 신도시를 2030년까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속도로 추진하고, 야당 및 서울시와 협의해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북미 관계 변화 가능성에 대비한 독자적 안보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북한의 ‘2국가론’과 관련해서도 평화공존에 활용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정부가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의 이날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개헌과 정치개혁에서부터 민생·부동산·지역균형발전·사법개혁·외교안보까지 집권여당의 정기국회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TK의 시선은 결국 ‘영남으로 확산’이라는 선언이 대구·경북의 구체적인 사업과 예산으로 이어지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말뿐인 지역균형발전이 아니라 TK가 체감할 수 있는 국책사업과 미래산업 투자로 이어질 경우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TK 패싱’ 논란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