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출신 연출가 이해랑(1916∼1989)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평전 '한국 연극의 거인(巨人) 이해랑'이 출간됐다.
연극평론가인 유민영 서울예대 석좌교수가 썼다. 이해랑 선생의 성장 과정부터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이유, 연극인으로서의 활동 등 이해랑의 한 생애가 담겼다.
유 교수는 이해랑에 대해 "자신 앞에 닥친 쉬운 길과 어려운 길 중에서 처음부터 일관되게 어려운 길을 택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조선 16대 왕인 인조의 동생 능원대군의 11대손인 이해랑은 왕실의 후손이자 사대부 종손으로 태어났으나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일본 유학시절 배우로 활약했다. 1941년 귀국, 현대극장 창립동인 배우로서 '밤으로의 긴 여로' 등에서 연기자로 활약하다 연출로 방향을 틀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공간에서 신념을 지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어용 국책극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생의 진실을 표현하는 예술이 어떤 사상의 도구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또 당시 흥행하던 너절한 웃음을 파는 희극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신극을 주창하기도 했다.
이해랑은 철저한 리얼리스트로서 극장주의자였다. 하지만 연극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7년 동안 이동극장운동을 전개, 500만여 명의 관객을 모으기도 했다.
연극인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서는 현실 참여밖에 없다는 생각에 국회의원을 하기도 했다. 문화계의 고질병인 가난을 퇴치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이해랑의 평전에 한국 근현대 연극사가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는 이유다.
유 교수는 "평소 '으흠'하는 권위의식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던 그의 삶 속에서 오늘날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인품도 배울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