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현상금 유병언 5억 유대균 1억‘역대 최고’
▲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부자에 대한 현상 수배가 내려진 가운데 검찰이 유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25일 오후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신도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 운영자
1390억원대 횡령·배임·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4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중 한모씨는 생수와 과일 등 유 전 회장의 도피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원파 총본산인 경기도 안성 소재 금수원에서 전남 순천 지역으로 옮겨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는 구원파 신도이자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아이원아이홀딩스 직원이며, 순천은 유 전 회장이 최근까지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지난 17일 3000여명의 신도들이 몰렸던 토요에배 당시 신도들의 차량을 이용해 금수원을 빠져 나간 뒤 신도들의 주거지 등을 옮겨 다니며 도피 생활을 이어가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며칠 전까지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 지역의 모 휴게소 부근에서 기거했던 사실을 확인했으며, 유 전 회장이 최근 또 다른 장소로 옮긴 정황을 포착해 추적 중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순천에서 염소탕 가게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구원파 변모씨 부부를 이날 새벽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변씨 부부는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돕기 위해 또 다른 구원파 신도인 추모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추씨 역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추씨는 유 전 회장의 오랜 측근으로, 한씨와 변씨 부부 등으로부터 도피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건네받아 유 전 회장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앞으로도 유 전 회장 부자(父子)의 도피를 돕는 자는 그 누구라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며 "시민들과 구원파 신도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기대하며, 제보 사실을 누수한 자에 대해서도 엄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형법 제151조 1항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 부자에게 숙식·금품·자동차·휴대전화를 제공하거나 운전 및 각종 심부름을 하는 경우 처벌될 수 있으며, 수사기관의 검거활동에 대한 정보를 유 전 회장 부자에게 제공하거나 수사기관에 허위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검찰은 현상금 5000만원과 함께 A급 지명수배가 내려졌던 유 전 회장의 현상금을 5억원으로, 현상금 3000만원과 함께 A급 지명수배가 내려졌던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의 현상금을 1억원으로 올렸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유 전 회장에게 걸린 현상금은 수사기관 역대 최고 금액이자 이례적인 조치"라며 "경찰과 협의해 유 전 회장 부자의 검거를 위한 수사활동의 일환으로 현상금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들에 대한 상향된 현상금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적용됐으며, 이에 따라 전국 경찰은 기존에 배포됐던 수배전단의 현상금 금액을 변경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인천지검 앞에서 검찰 수사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던 구원파 신도들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 부자의 도피를 도운 혐의가 드러난 사람을 수사하는데 그 사람이 신도라는 이유만으로 구원파 측에서 수사 방해 집회를 다시 개최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수원 내 유 전 회장의 개인 처소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현금 5000만원이 발견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압수했다"며 "오히려 금수원 측에서 유 전 회장의 도덕성에 흠집이 갈 것을 우려해 공개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해서 지금껏 보안을 유지했는데 이를 다시 돌려달라는 것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앞서 구원파 신도 600여명(경찰 추산·집회 측 추산 10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 인천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압수물품 중 금수원 내에서 발견된 현금은 개인 소유의 돈"이라며 유 전 회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지난 21일 몇 명의 검사가 전화를 걸어 금수원 앞에 걸렸던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현수막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했다"며 "이를 요청하면서 '압수 물품 중에 현금이 있었는데 그게 언론에 공개되면 여론이 얼마나 악화되겠느냐'고 말하는 등 현수막을 내려주면 현금이 있었다는 것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확인 결과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오히려 압수수색 이후 금수원 측은 스스로 집회를 개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신도들을 해산하고 정문 앞에 있는 여러 현수막들도 제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인천지검을 방문했다. 지난달 20일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이후 첫 방문이다. 김 총장은 최재경 인천지검장 등과 함께 수사팀을 독려하고 유 전 회장 부자에 대한 검거 대책 및 향후 수사 방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