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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萬波息笛 만파식적 - 루머 음모론 과연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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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波息笛 만파식적 - 루머 음모론 과연 진실은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2/04/19 16:27 수정 2022.04.20 09:05

정 여 산<br><자유기고가>
정 여 산
<자유기고가>
‘내가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최승자 시 ‘이 시대의 사랑’ 한 대목이다. 이 한 구절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시인은 삶과 문학, 구원을 향한 격렬한 ‘앓이’를 하고 있다. 

 

수년 전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그가 포항의료원에 입원중이라는 내용을 확인하고 바로 면회를 신청해 보았다. 일가 친지가 아니면 면회가 불가능하다는 정신병동이다. 사촌 동생이나 조카라고 소개할 것을 그랬나 후회했다.


시인의 문장을 읽으며 내 일상의 버거움을 감히 시인의 그것에 투영해 보는 말도 안되는 짓을 했다. 1998년 발병한 조현병 치료에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을 인간 최승자의 고된 삶이 틈틈이 떠올랐다. 궁금하던 중에 최근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그의 첫 산문집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가 다시 나와 베스트셀러 5위에 올랐다고 한다. 아직은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구나. 다행이다.

자신의 존재를 루머를 통해 확인한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일까. 남들이 정해준 삶을, 그들이 불러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세익스피어의 리어 왕도 눈이 멀고나서 ‘내가 누구인지 말해줄 이 거기 누구 없는가’라며 울부짖지 않았던가. 정체성 혼란은 모든 이에게 찾아오는 감기 같은 것이다.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진실과 실체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세상이 음모론으로 내달리고 있을 때 더욱 그러하다.

 
천안함과 세월호 진실은 여전히 음모론에 갇혀 있다. 세기의 지성 움베르토 에코는 ‘음모의 심리학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많은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이 우리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해군 어뢰에 침몰당한 천암함도 자침설, 암초설, 금속피로설, 유실기뢰설, 잠수함 충돌설 등. 세월이 얼마나 지나야 진실이 밝혀질 것인가.

8주기를 맞은 세월호는 더욱 흉측하고 두꺼운 장막에 둘러싸여 있는 듯하다. 국가 정보기관 실제 소유주설, 제주도 해군본부 기자재 과적설, 대통령의 숨겨진 7시간 등 루머들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 사주 유병언씨 유해 발굴 장면은 국민 대다수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로 보도되었다. 과연 304명의 희생에 대해 누구 하나 속 시원히 밝혀 줄 사람이 없는가. 건진법사나 천공도인이라면 진실을 알고 있을지도.


지방선거 각 당 후보공천을 앞두고 음모론, 가짜뉴스가 점입가경이다. 지방 유력기업 본사를 유치하기 위해 1인 시위를 벌인 지자체장이 실제로는 서울에서 부동산으로 수 억원 차익을 올렸다, 어느 후보 친척이 경영하는 회사가 지방 유력기업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다, 도의회 의장을 하면서 숙소를 불법으로 사용했다 등등.

후보자는 정정당당한 경쟁을 하겠다고 하지만 캠프에서는 이것만으로 안심이 되지 않으니 확대, 과장, 때로는 근거 없는 괴소문을 퍼 나르게 된다. 공천이 확정되면 어차피 한 팀으로 더 큰 상대 진영과 전쟁을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는 모양이다. 무리하게 같은 편 아킬레스건을 끊었다간 자칫 본선에서 뛰어 보지도 못하고 패배하게 된다. 그러면 4년을 숨죽이고 재미없게 지내야 된다. 같은 당내 경선에서는 핫라인을 개설해 두고 선을 넘지 않는 최소한의 신사협정을 맺어야 한다.

 
최근 한 후보자로부터 ‘근거 없는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양아치들이 설치는데 이는 묵과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마침 아는 경로가 있어 해당 캠프에 곧바로 전달해 보았다. 그러자 저쪽에서 먼저 여러 차례 음모론을 퍼뜨리기 시작했다며 관련 기사를 보내왔다. 읽어 보니 과연 매우 예리한 칼날로 서로 급소를 찌르고 있었다. 공천이 끝날 때까지 싸움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공천을 막후에서 주무르고 있는 국회의원들 수싸움도 가관이다. 누가 이번에 시장이 되어야 다음 총선에서 힘겨운 싸움을 피할 수 있을지 계산에 분주하다. 윤 당선자 앞에서 현직 시장이 브리핑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았다고 항의하자, 공천 심사를 낸 상황에 불공정한 게임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라 응수한다.

 
버거운 후보를 시장으로 묶어 두었다가 2년 동안 세력을 길러 다음 총선에 나오면 튼실하게 키운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게 되는 자충수를 두는 것이다. 보궐선거는 국가적으로 또 얼마나 낭비일까.

루머, 음모, 가짜뉴스 앞에서 유권자들은 혼란스럽다. 분명히 팩트는 하나일 것이다. 태양은 하나이고 지구는 둥글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장기곶은 토끼가 아닌 호랑이 꼬리이며, 독도는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우리 땅이다. ‘검수완박’은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놓고 판단할 일이지 검사들 사익 방어용이 아니다. 코로나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데 제발 쓸데없는 것으로 유권자들 헷갈리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늘을 가리고 있는 손바닥이 내 손인지 남의 손인지, 잘못 투표하고 꼭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봐야 내 손인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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