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찬곤 경북과학대교수
실버는 영어 Silver, 곧 은(銀)을 말한다. ‘산업’이라는 말을 붙여 ‘실버산업’이라고 하면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 서비스를 제조·판매하거나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이라는 뜻이 된다. 이 낱말은 원래 실버가 은발(銀髮)을 의미하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실버산업이라고 하면 ‘은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고령자 층을 대상으로 한 영리사업’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런 실버산업이 과거의 단순한 연령적 측면에서 최근의 뚜렷한 세력을 가진 독특한 계층이라는 인식과 함께 특별히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이 연령층 구성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큰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오늘날의 우리사회는 모든 부문에 걸쳐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효율적이고 적절한 대비를 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지만, 특히 고령화되고 있는 인구에 대한 문제는 개인이나 한 가정에서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절박한 숙제가 되고 있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의 최근 노인문제와 관련한 정책방향의 제시나 민간차원의 역할 등에서 크게 고려되어야 함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으며, 2026년에는 노인인구가 무려 1,000만 명이나 된다는 예상통계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노령인구의 증가가 단순한 숫자적 의미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소비자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실버산업 시장이 2000년 17조원 규모에서 2005년 27조원으로 늘었고, 2010년에는 40조원 규모를 상회했다고 한다.
이와 발맞추어 십여 년 전 일부 백화점에서 실버코너를 별도로 만들고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접근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이렇다 할 제품이 마땅찮았고, 또 실버계층의 약한 경제력 탓에 구매력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함으로써 본격적인 시장형성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또 시골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아 시장형성의 한계가 있고, 특히 읍·면 지역의 노인 가구 비율이 50%에 이를 정도로 노령가구수의 증가는 두드러졌으나 관련 실버상품의 구매력은 여전히 약한 것이 한계이긴 하였다.
그런 배경은 실버산업의 확대 필요성을 저해하였고, 현재 실버계층을 표적으로 하는 제품의 출시가 극히 제한적인 상태로 머물게 하는 구실을 제공하였다. 슈퍼에 가면 수십, 수백 종의 음료가 판매되고 있지만 노인층을 주 대상으로 하는 것은 별로 찾아볼 수 없고, 수많은 의류 상표나 잡지들 중 노년층을 겨냥한 제품도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노인층 소비자들의 생활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소위 웰빙 생활에 대한 욕구가 강해짐에 따라 그 구매력도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고령화 계층의 폭도 넓어지고 있거니와 개개인이 소비자로서의 욕구도 강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국민연금이나 저축을 통한 구매력 증가가 눈에 띄게 증대되고 있고, 노후생활에 대한 준비도 상당한 정도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버산업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하다는 주장은, 이 계층의 크기가 급성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종종 강조된다.
불과 몇 년 내에 인구는 700만 명에 달할 것이며, 구매력도 상당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어 향후 이 시장은 황금시장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게 현재의 일반적인 시각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한 생활의 변화예측이 아니라 어쩌면 자명한 우리의 미래를 앞당겨 대비하자는 걱정 섞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지역은 여느 다른 지역보다 노령인구가 많다.
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단순한 복지 차원에서가 아니라 소비를 주도하는 중요한 계층으로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한 노인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그래서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실버산업은 ‘은’ 산업이 아니라 ‘골드’ 산업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