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
최근 국내 유명백화점의 90%할인 ‘떨이판매’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기존의 ‘고품질 정가판매’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하여 출장세일에 나선 판매행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백화점들이 “매출액의 80%는, 고객의 20%에서 나온다.”는 기치 아래, 일부 주요고객에 대해서만 VIP대접을 해온 관행에 비추면, 굳이 판매량이 적은 다수고객들에 대해서까지 할인점과 같은 판매노력을 전사적으로 기울인다는 점은 파격적이기까지 한 것이다.
또 ‘80대 20의 법칙’이 지금까지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판매업계에서 철저히 적용되던 선례가 해체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든다. 이 법칙은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 (Vilfredo Pareto)가 발견하였다하여 ’파레토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이탈리아 땅의 80%를 전체인구 20%에 해당하는 사람이 소유하고 있음을 발견한데서 유래한다. 파레토는 20%의 인구가 80%의 돈을 가지고 있고, 20%의 근로자가 80%의 일을 하며, 20%의 소비자가 전체매출액의 80%를 차지한다는 것으로 그 법칙을 정리하고 있다.
이 법칙의 응용은 지금까지 많은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어느 회사의 100명의 직장인이 1주일에 평균 100병의 맥주를 소비한다면, 20명이 80병을 마신다.”거나, “학교 시험문제의 80%는 전체 시험범위의 20%에서 출제된다.”는 것도 그렇고, “전 세계 부자 20%가 전체 부의 80%를 가지고 있다.”거나 “전체의 성공한 사람 20%가, 성공하지 못한 80%에 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하거나 “회사 제품 20%는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결론도 그렇고, “어떤 조직이든 20%의 사람들이 주도하고 나머지 80%의 사람들은 그들의 결정을 따른다.”는 것 등이 그와 같은 범주다.
현재까지 이 법칙은 다방면에서 적극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그래서 백화점에서는 80%의 매출을 만들어주는 20%의 고객 명단을 확보하고 이들 우량고객에게 특별한 홍보를 실시하여 톡톡한 효과를 보았으며, 어느 회사 앞의 맥주가게에서는 직장인 100명 모두를 위해서가 아니라 맥주 소비의 주 고객 20명과의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경험을 하였고, 학교 시험문제 대비를 위해서는 80%가 출제되는 20%를 찾아내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경쟁자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린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현상에 반대되는 법칙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롱테일(long tail)법칙’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 잡지사의 한 편집장이 만든 개념으로. 과거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20%에 해당하는 베스트셀러 책이 아닌, 나머지 80%의 잘 안 팔려 소외되었던 책들에서 20%보다 장기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데서 유래한다. ‘구글’은 소위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우량 기업이 아닌 영세 꽃배달업체, 제과점 같은 광고주들을 모아 엄청난 이익을 올리는 등 그동안 무시되어왔던 80%가 마치 반란이라도 일으키듯, 그 사소한 80%가 우량의 20%를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파레토법칙과는 거꾸로,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인 셈이다. 이 때문에 '역(逆) 파레토법칙'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어떤 기업이나 상점이 판매하는 상품을 많이 팔리는 순서대로 가로 축에 놓고, 각 상품의 판매량을 세로의 축에 표시하여 선으로 연결해보면, 많이 팔리는 것을 연결한 선은 급경사로 짧지만, 적게 팔리는 상품들의 선은 마치 공룡의 '긴 꼬리(long tail)'처럼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이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상품들의 총 판매량이, 인기 상품의 총 판매량 보다 전체 매출액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롱테일 법칙’에서처럼 우등에 속하지 않는다하더라도 묵묵히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다수의 열등이, ‘파레토의 법칙’에서처럼 많은 관심으로 잠깐 현저히 나타났다 급격히 사라지는 우등보다는 더욱 가치 있음을 가르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