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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K팝 아이돌 그룹의 새로운 전형"..
사회

"K팝 아이돌 그룹의 새로운 전형"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8/05 18:42 수정 2015.08.05 18:42
'원더걸스' 리부트 성공…"장기인 복고음악, 밴드로 또 다른 승화"





'텔 미' '소 핫' '노바디'로 2000년대 후반을 풍미한 댄스 걸그룹 '원더걸스'가 3년2개월 만에 밴드로 나온다고 했을 때 걱정이 컸다.
티저 영상이 노출 됐을때도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컸다. 다소 야한 복장을 차려 입고 거친사운드를 그저 직접 악기로 들려주는 모습 그 이상은 아니었다.
모델 같이 예쁜 여자들이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록밴드 형식을 차용한, 그저 '눈요기'거리에 불과하지 않을까라는 시선도 일부에서 터져나왔다.
그러나 3일 공개된 정규 3집 '리부트(Reboot)'는 말 그대로 원더걸스를 '리부트'시킨 앨범이다. 컴퓨터를 재시동하는 것과 같이 어떤 작품이나 팀의 연속성을 버리고 주요 골격이나 등장인물만 가져온 새로운 시리즈를 일컫는 앨범 명은 팀의 형태를 바꾼 원더걸스에게도 오롯이 가닿는다.
더 높이 살 만한 점은 2007년 데뷔 때부터 이어진 '복고' 음악에 대한 관심과 감성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1970~80년대 복고 음악의 대명사인 원더걸스는 이번 앨범에서도 자신들 색깔의 자장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밴드 형식으로 신선함을 안기는 묘수를 뒀다.
앨범의 타이틀곡 '아이 필 유'와 이 곡의 뮤직비디오가 이러한 평의 방점을 찍었다.
원더걸스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 박진영이 작사작곡한 곡으로 80년대 복고풍의 그루브한 리듬이 인상적이다. 신시 악기들과 싱코페이션(당김음) 기반의 화려한 리듬을 결합시킨 프리스타일 장르다.
밴드라고 생각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록 음악 대신 자신들이 잘 하는 음악을 밴드 형식에도 그대로 적용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김윤하 음악평론가이자 EBS '스페이스 공감' 기획 위원은 "원더걸스가 멤버들이 드나들고 대폭 변화하면서 밴드 형식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본래 (복고음악을 하는) 매력이 그대로 인 것 같아서 오히려 신선했다"고 평했다.
실제 한국 대중음악신에서 걸 밴드가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우선 기억나는 건 1990년대 후반 활약한 자매 밴드 '한스밴드'인데 반짝 주목받는데 그쳤다.
보이 밴드 'FT아일랜드' '씨엔블루'를 성공적으로 키워낸 FNC엔터테인먼트가 야심차게 내놓은 걸밴드 '에이오에이(AOA)'는 데뷔 당시 이 콘셉트 활동에 관심을 받지 못하다 섹시 댄스그룹을 표방한 최근에서야 인기를 누리게 됐다.
김윤하 평론가도 "한국에서 여성 밴드가 성공한 적이 없는데다 원더걸스는 본래 밴드 음악을 하지도 않았던 친구들이라 이 프레임에 집어넣는 건 무리수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록 밴드, '실용음악과' 식의 밴드가 아니라 80년대 레트로에 충실한 전자 팝 음악을 밴드 형태로 선보이며 오히려 자신들의 색깔을 확실히 했다"고 전했다.
이어 "예쁘장한 모델 같은 친구들이 전자 악기를 들고 밴드 형태로 나온 것은 신선함을 주면서도 원더걸스가 기존 색깔을 잃지 않고 '리부트' 할 수 있는 최적의 이상적인 방법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윤하 평론가 지적처럼 멤버들이 복고 음악에 예전 같이 춤만 추고 노래만 불렀다면 큰 차별화는 힘들었을 것이다.
원더걸스 프로듀서인 박진영도 전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원더걸스가 땀 흘려 악기를 배우게 된 목적은 단순히 무대 위에서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음악과 색깔을 규정 지을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적었다.
예은도 이날 오후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리부트'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밴드의 모습보다는 원더걸스가 할 수 있는 '레트로(복고) 팝'을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뿐 아니라 앨범 전체에 80년대 음악적 향기가 가득하다. 프리스타일 뿐 아니라 레트로 팝, 슬로 잼 등 그 시대의 향수가 곳곳에 묻어 있다. 멤버들은 앨범에 총 12곡이 실렸는데 '아이 필 유'를 제외한 모든 곡에 작사·작곡가로 이름을 올렸다.
쇼케이스에서 엑스포제, 커버걸스, 더 제트, 주디 토레스 같은 80년대를 풍미한 뮤지션들의 이름을 술술 댄 것에서도 짐작되듯 이들의 복고 음악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포장이 아니었다.
선미는 "저희가 그 시대를 산 애들이 아니고 그 시대의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도 아니지만 저희가 듣기에도 그 시대 사운드는 정말 새롭다"면서 "그 감성을 우리만의 색으로 해석해서 표현하는 것이 신선한 느낌을 준 게 아닌가"라고 복고 음악의 매력을 전했다.
80년대를 풍미한 걸밴드인 '뱅글스' 등도 들었다는 원더걸스 멤버들의 악기 연주는 생각보다 수준급이었다. 예은이 키보드, 혜림이 기타, 유빈이 드럼, 선미가 베이스를 맡았다.
예은은 본래 건반을 쳤으며 유빈은 래퍼라 드럼을 배우고 싶어했고 혜림은 컨트리 음악을 좋아해서 어쿠스틱 기타를 시작했다.
이들보다 뒤늦게 악기를 시작했지만 '텐씨시(10cc)'나 '토토' 같은 감성적인 밴드 음악을 들으며 베이스를 익혔다는 선미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밴드는 아니지만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춘, 1960년대에 미국에서까지 인기를 끈 '김시스터즈'가 겹쳐지기도 했다.
실력만 차곡차곡 다져나간다면 원더걸스 식복고 열풍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미는 밴드 콘셉트가 "단순히 일회성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윤하 평론가는 "타이틀곡 '아이 필 유'뿐 아니라 앨범 전체의 사운드가 잘 빠졌다"면서 "이대로 자신들의 스타일을 다져간다면 현재 정형화된 K팝에 새로운 길을 트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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