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房 玘 泰 편집국장
밀란 쿤데라의 저명한 소설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소설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존재와 가벼움이 묶여서, 사람들 사이에 회자(膾炙)된다. 회자 내용은 사람살이에서 무엇이 도대체 가볍고 무거움인가를 묻는다. 답은 가볍고 무거움 사이에 돈이 존재한다. 돈을 더 가지려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돈에 대한 좋은 말부터 보면, ‘돈 많은 사람을 부러워 말라. 그가 사는 법을 배우도록 하라.’ ‘돈을 내 맘대로 쓰지 말라. 돈에게 물어보고 사용하라.’ ‘불경기에도 돈은 살아서 숨 쉰다. 돈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돈을 값진 곳에 써라. 돈도 자신의 명예를 소중히 안다.’
여기에서 든 것들은 돈/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한 명예를 말하는듯하다. 명예라고 할지라도 돈은 나의 지갑(紙匣)으로 오지 않는다. 신사임당(申師任堂)의 초상화가 그려진 돈은 항상 나의 것이 아니다. 돈은 짝사랑에 그치고 만다. 짝사랑이기에 돈은 무겁다. 그런데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억대 연봉 버렸다.
지난 19일 인터넷을 통해 무쇠 가마솥을 주문했다. 백래혁(38)씨가 그렇다. 푸드 트럭을 만들었다. 개업한 지 3개월이다. 밥 한 그릇에 5,000원에 팔고 있다. 억대를 팽개쳤다. 백래혁 씨는 돈의 무거움 대신에, 돈의 가벼움의 행복/명예를 택했다. 그럼에도 돈의 무거움의 대신에 가벼움/불행을 택한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다. 이런 사람 탓에 돈의 가벼움/무거움과 명예가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지난 20일에 전북도교육청은 무주 A 중·고교가 최근 4년간 ‘지역발전회’란 민간단체로부터 2천여만 원을 받았다. 조사 결과 이 학교는 2012년부터 ‘지역발전회’에 정기적으로 공문을 보내 기숙사 사감과 담임교사 등의 격려금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격려금은 교사별 금액과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개인별로 송금해주도록 부탁했다. 격려금을 받은 교사는 전체 32명 가운데 16명이었다.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67평 규모의 홍성 한우집을 운영하고 있는 유모 사장(52)이 내는 월 임대료는 572만원이다. 당시 임대료는 400만원이었다. 2년 재계약 때마다 임대료가 뛰면서 개업 당시보다 43% 폭등했다. 지난 19일 건물주가 가게를 비워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입주 당시 권리금은 3억 원이었다. 시설 투자금 5,000만원 대부분이 빚이었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서울 이태원 상권(商圈)의 월 임대료는 2011년 3.3㎡당 9만5,370원에서 지난 6월 말 현재 16만830원으로 68.6%, 홍대 상권은 3.3㎡당 7만7,220원에서 12만2,760원으로 58.9% 폭등했다. 하여튼 한국은 건물주의 천국인가.
돈의 천국은 또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0일 펴낸 ‘8월 월간 재정동향’을 보면, 올해 1∼6월 국세수입은 106조6천억 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98조4천억 원)보다 8조2천억 원 늘었다. 세금이 걷힌 속도를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작년 6월 말보다 4.0%포인트 상승한 49.4%가 됐다. 세금이 보다 많다는 것은 그만큼 돈벌이가 잘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돈벌이에서 일반서민이 소외가 되었다는 뜻이 더 강하다면, 서민에겐 돈은 삶의 무거움일 뿐이다. 더군다나 조세 회피처로 흘러간 대기업 돈은 8년간 4천324억 달러 보냈으나, 지난 16일까지 2천741억 달러만 돌아왔다.
지난 16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조기연금 수령자는 45만5천81명이다.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 298만6천여 명의 15.24%이다. 이처럼 조기연금 수급자가 느는 것은 노후준비 부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민연금을 받지 않으면 생활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는 ‘손해연금’이다. 1년 일찍 받으면 1년에 6%씩 연금액이 깎인다. 따라서 5년 일찍 받으면 무려 30%(5×6%) 깎이면서 자신이 애초 받을 수 있는 노령연금의 70%밖에 못 받는다.
포항시 민선 6기 이강덕 시장의 4대 전략은 ‘시민행복’이다. 천(千)의 얼굴을 가진 돈의 무거움이든 가벼움이든 간에 시민행복구현은 일정부분 돈에 달려 있다. 천(千)의 얼굴에서 시민들이 신사임당을 가질 수가 있도록 하는 경제행정력이다. 이 같은 것은 포항시만의 것이 아니다. 전 국민들의 소망이 실려 있다. 천(千)의 얼굴이 아닌, 불평등의 경제에서 ‘하나뿐인’ 공평성과 공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돈이 참을 수가 없는 무거움이 아닌, 참을 수가 있는 가벼움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