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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아틀란티스 소녀' 보아, '작은 거인' 되다..
사회

'아틀란티스 소녀' 보아, '작은 거인' 되다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8/24 15:06 수정 2015.08.24 15:06
데뷔 15주년 기념 세종문화회관서 '헬로' 부르며 눈물

 

가수 보아(29)는 7인 밴드의 강렬한 사운드에 맞춰 불꽃(스파크)이 튀길 듯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정규 4집 수록곡 '스파크'를 시작으로 정규 5집 수록곡 '모토', 정규 8집 수록곡 '스매시' 등으로 쉼 없이 이어지는 메들리는 보아의 '짱짱한' 가창과 댄스 내공을 한번에 확인케 했다.
정규 2.5집 타이틀곡 '발렌티'로 시작해 정규 4집 타이틀곡 '마이 네임'의 독무로 정점을 찍은 뒤 남자 댄서와 탱고로 뜨겁게 마무리한 두번째 메들리에서는 이제 30대로 접어든 만큼 유감 없이 관능적인 면모를 과시했다.
정규 6집 수록곡 '게임'으로 출발해 일본 34번째 싱글 타이틀곡 '샷 잇 아웃', 미국 정규 1집 수록곡 '에너제틱'으로 넘어간 세 번째 메들리에서는 변함 없는 발랄함도 뽐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의 노래와 안무를 최적화한 스타일을 가리키는 'SMP(SM Music Performance)'의 선구자인 보아는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고난도의 춤으로 라이브 무대에서 역시 종횡무진했다.
작은 체구에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넓은 무대를 꽉 채웠다. 규모는 3000석. 국내 가장 큰 규모의 실내 콘서트장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최대 1만 2~3000석)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상징은 그 이상이다.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은 보아 같은 여자 아이돌 가수가 이 무대에 오르는 건 이례적이다. 이미자, 이선희 등 국민 가수들이 공연한 상징적인 장소로 대관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앞서 남성 아이돌 그룹 'H.O.T'와 '젝스키스' 등이 이 무대에 올랐으나 여성 아이돌이 공연한 사례는 없다.
보아는 이날 자신의 모든 것을 녹여낸 '종합선물세트'로 세종문화회관에 오를 수 있는 역량을 입증했다. 신시사운드 2대, 드럼 2대 등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밴드와 화려한 춤을 선보인 약 10명의 댄서들이 함께 했지만 보아는 중심축을 든든히 잡으며 이름을 헛되지 하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 규정상 불꽃 등의 폭죽을 사용하지 못했지만 퍼포먼스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다양한 영상과 레이저 조명이 화려함을 덧댔다.
'걸스 온 탑' '섀도우' 등 강렬한 댄스과 동반하는 화려한 곡은 물론 '네모난 바퀴' 같은 발라드 가창도 무리 없이 넘나들었다. 미디엄 템포의 댄스곡인 '온리 원'은 어쿠스틱 편곡으로 들려줘 색다른 면모를 과시했다. 10대 때 발표한 정규 3집 수록곡 '밀키 웨이'는 그 당시 밝았던 기운을 오롯이 전했다. 보아가 공연 직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15년 동안 최고의 해로 꼽은 2002년에 발표한 '넘버 원' 무대는 화룡점정이었다.
보아는 2시간10분 동안 메들리를 포함 총 33곡을 들려준 이날 공연에서 콘서트 타이틀 '나우니스(Nowness)'의 뜻 '현재성'처럼 '현재 진행형' 가수라는 것을 보여줬다.
2000년 만 13세에 1집 '아이디 피스 비(ID:PEACE B)'로 데뷔한 탓에 종종 그려를 어린 시절에 박제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보아는 기자회견에서 "지나온 길들을 지금의 제 모습으로 공유하고 싶었다"는 바람을 몸소 완성시켰다.
이날 공연에서 3000여 팬(전날까지 이틀 간 총 6000명)들의 환호를 가장 끌어낸 장면 중 하나는 '아이디 피스 비'에 맞춰 춤추는 어린 보아를 창문을 통해 현재의 보아가 지켜보고 현재의 보아가 자리를 떠난 뒤 과거의 보아가 창밖으로 팬들을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보아는 가운데 가르마를 탄 어릴 때 머리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하며 만 13세 때 자신을 연기했다.
이를 비롯해 SM 안무 디렉터 심재원이 DJ로 나서 보아의 어릴 시절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 함께 선보인 '사라', '마이 스위티' 등에 팬들은 크게 환호작약했다. 티 없이 밝던 그 순간의 모습들은 차곡차곡 쌓인 시간 틈으로 빠져나온 향수를 자극하며 울컥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보아가 앙코르 곡 첫 곡으로 부른 '아틀란티스 소녀'가 와닿았다. 보아가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그녀는 한동안 콘서트에서 이 곡을 제대로 들려준 적이 없다. 2003년 발표한 정규 3집 '아틀란티스 프린세스'의 타이틀곡으로 밝은 댄스곡이지만 보아에게는 큰 아픔이 배어 있었던 곡이다. 이 곡으로 활동 당시 자신과 절친한 매니저가 급작스런 교통사고로 돌연 사망, 음악방송에서 발랄한 해당 곡 대신 검은 옷을 입고 발라드 '나무'를 부르기도 했다.
보아는 지난 15년의 기억과 추억이 한번에 밀려오는 듯 앙코르곡을 포함 모든 공연의 마지막곡 '헬로'를 부르던 중 끝내 눈시울을 붉히고, 한동안 계속 눈물을 흘렸다. 인생의 절반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로 살아왔지만 그 뒷편에 남 모르게 똬리를 틀고 있던 아픔과 슬픔이 느껴졌다.
보아는 평소 완벽한 이미지라 그녀를 잘 모르는 대중은 어렵게 대한다. 이날 앙코르 중 한곡으로 들려준 '그린 라이트' 무대에서 하트 춤 등 귀여우면서도 코믹하고 한결 편한해진 모습도 그녀의 일면이다. "팬들과 행복감, 기쁨, 슬픔도 나누고 인생까지 같이 나눌 수 있는 가수가 됐으면 하죠. 많은 분들의 인생에 한명의 친구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는 30대에 접어든 가수의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이날 무대에서 자그마한 '아틀란티스 소녀'가 어느새 '작은 거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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