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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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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찬곤 교수의 세상 톺아보기]‘잘하는 것’과 ‘옳게 하는 것’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8/25 15:49 수정 2015.08.2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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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있어온 경제논리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한 분모에 분자를 늘이거나, 일정한 분자에 분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다른 동료들보다 많은 성과를 낸다면 그를 우리는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곧잘 평가하면서, 들어간 비용보다 나온 성과가 다른 사람보다 크다고 단정한다. 또 어떤 분야에서든 그렇게 일을 잘하는 사람을 우리는 우대해 왔고, 누구나 일을 잘하기를 원하는 분위기를 유지해오고 있다. 일을 잘하면 우선 자신에게 여러 가지 이득이 되고 다른 사람들보다 앞설 수 있으며, 사회생활에서는 언제나 그만한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같은 기수로 입사하였어도 승진이 빠르거나 인센티브를 많이 받는 이유가 바로 그런 ‘일을 잘하는 것’에 주로 기인하였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곧 일의 능률을 올린다는 말이다. 어떤 생산직원이 한 개를 만들 때 나는 두 개를 만드는 것, 다른 판매원이 한 개를 팔 때 나는 두 개를 판매하는 것, 어떤 사람이 두 시간 걸려서야 마친 일을 내가 하면 한 시간 만에 해치우는 것, 다른 교수가 학생을 가르쳐 평균 80점을 얻게 할 때 같은 조건으로 나는 90점을 얻도록 하는 것 등은 모두 내가 다른 이보다 당연히 일을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유형의 '일 잘하는 것'이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여기저기서 이의가 제기되고 있다.
  어떤 사람이 국가적 큰 사업을 단순 저가 입찰로 신속히 결정하여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시작하게 한다면 과연 그는 일 잘하는 사람일까? 다른 회사가 건설하면 3년이 걸리는 일을 1년 만에 해치운다면 그 회사는 일을 잘하는 기업일까? 다른 조직보다 더 많은 대포통장을 만들어내는 보이스피싱 사기단은 정말 일을 잘하는 조직일까? 다른 사람이 10개의 신제품을 만들어낼 때 어떤 이가 20개의 제품을 새로이 만들어내기만 하면 그가 일을 정말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그렇다할 가능성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런 것과 ‘일을 잘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하는 게 바로 최근의 경영논리다. 
  어떤 전문가는 그런 사례를 굵직한 기간사업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잦은 고장으로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국가적 사업인 KTX의 예가 있었고,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지자체의 굵직한 사업에서의 사고도 그랬다. 공사는 무조건 싸게 발주하여 선정되어야 능력 있는 사람이고, 할당된 일은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하여야 일 잘하는 것으로 칭찬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런 맥락이다. 그래서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일을 옳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잊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 부각되는 이유다. 따라서 조금 늦게 마무리 되더라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건설비가 조금 더 들어가더라도 안전하게 완성해야 일을 옳게 하는 것이다.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은 'doing things right'이다. 그러나 ‘옳은 일을 하는 것’은 'doing the right things'으로 전혀 다른 차원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옳은 일을 잘하는 것(doing the right thing right)'이 최상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에 지나치게 얽매일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하는 것이다. 물론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정립된 소위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에게 있다. 자장면 배달도 빨리하면 일을 잘한다고 하고, 건설공사 수주나 계약도 빨리 끝내야 일을 잘한다고 치켜세운다. 계약 후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여 예정보다 공기를 단축할수록 일을 잘한다고 칭찬을 받는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사고도 많았다. 다리가 붕괴되었고, 백화점이 무너졌으며, 가만히 있던 땅이 심심찮게 내려앉았다. 그래서 이제는 다른 시각의 가치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단순히 일을 ‘잘하기’보다 ‘옳게’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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