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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기고]에너지 세제가 문제다..
사회

[기고]에너지 세제가 문제다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8/31 15:21 수정 2015.08.31 15:21
▲     염명천 한국에너지재단 사무총장
 올여름은 전력에 여유가 있지만, 얼마 전만 해도 전기가 부족해 모두 찜통더위에 고생한 기억이 있다. 당시 회자하던 이야기가 ‘전기가 석유나 가스 값보다 싸니 전기가 늘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사실이었다. 가축용 축사에 농업용 전기로 난방을 설치하면 석유나 가스보다 난방비가 덜 든다. 전기는 석유나 석탄 같은 1차 에너지를 연료로 투입해 만들고, 송전선을 거쳐 공급하는 고급에너지인데도 원래의 1차 에너지보다 값이 싸다면 확실히 잘못된 것이다.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간 세금도 1970~1980년대의 틀 그대로다. 당시 전기는 백열등이나 형광등 정도였고, 휘발유는 사치품이었다. 연탄을 난방과 취사용으로 사용했고, 가스는 없었다. 전기나 산업용 에너지에는 세금이 없고, 자동차 연료에 높은 세금이 부과된 것은 소득 300달러 수준시절 만든 세금제도다. 그것이 지금도 거의 그대로이니 현실과의 괴리는 당연하다. 세금이 없는 석유화학제품을 섞어 휘발유나 경유로 팔거나, 면세용 농어업용 석유제품을 시중에 유출하면 큰 탈세 이익을 얻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러한 비정상과 탈세가 수십 년간 지속됐고, 지금도 그렇다. 국가가 만든 세금 제도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는커녕 더욱 왜곡하고 있다. 고급에너지인 전기는 세금이 없고, 서민의 취사 연료인 등유는 세금이 상당하다. 생활필수품인 자동차용 휘발유는 세율이 100%를 넘는다. 낮은 전기요금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신산업 발전에 근본적인 장애물이 되고 있다. 현 수준의 전기요금에서 태양광, 풍력, 스마트그리드, 전기저장장치, 수요관리사업 등이 경제성을 갖기 어렵다.
정부는 세금이 왜곡하는 에너지 가격의 문제점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나 고치지 않는다. 왜일까.
첫째, 세제를 바꾸면 시끄러워진다. 제도를 바꿔 이익을 보는 집단은 조용하지만, 손해를 보는 집단은 가만있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에서 걷어 들이는 세수액 규모가 국방비와 비슷할 만큼 크고,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가급적 이 부분을 손대고 싶지 않아서다. 셋째, 국민이나 납세자들이 이 문제점의 심각함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불평도 거의 없는 탓이다.
문제는 에너지원별로 현재의 소비추세가 지속되면 세수액도 변한다는 점이다. 각종의 에너지원이 모두 최종 에너지로 소비되지만, 시간이 갈수록 세금이 없는 전력으로 최종 에너지 소비가 통일되는 추세다. 전기취사와 전기난방이 일반화하면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 에너지가 전기 형태로 소비된다. 실제로 2012~2013년 이후 석유와 가스 소비는 감소세다. 현 세제를 유지하면 에너지 부문 세수는 앞으로 계속 줄어든다. 에너지 소비 왜곡 뿐 아니라 국가 세수 확보 측면에서도 대책이 필요하다.
국가재정은 통일성과 단순성과 명료성이 있어야 국민이나 국회가 통제하기 쉽다. 그 통제를 위해 세율은 법률로 하고, 국회가 정하도록 되어있다. 이 원칙을 지키다 보니 위의 문제점이 수십 년간 지속된다. 국회가 통제하는 세제를 관료들은 가급적 손대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선의로 시작한 법률안 개정작업이 정치과정을 거치며 누더기로 변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그래도, 위의 모순은 그대로 간과하기에 국가에 미치는 손손실(dead loss)이 너무 크다. 5000만 인구와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국민경제의 에너지 소비를 근본적으로 왜곡하고 있다. 전기 값이 석유나 가스 값보다 낮다면 세상의 이치를 뒤집는 것이다. 얼마 전 100달러하던 유가가 이제 50달러도 안 된다. 에너지 가격은 월 단위로 등락하는데 세제는 30~40년간 그대로이니 소비자 가격이 엉망이 되고, 경제는 뒤틀려진다.
세제총괄 부서는 매년 에너지 세금의 총액을 정하고, 에너지원별 세액의 구체적인 산정은 에너지 담당 부서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세제 총괄 부서와 에너지 담당 부서가 에너지 세제안을 공동작성해 매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대안이다. 그런다면 에너지 가격 등락에 따라 정해지는 세후 소비자 가격이 정부가 정하는 세금에 의해 이처럼 심하게 왜곡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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