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최근 자신이 대통령실 '김건희 여사 라인' 쇄신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들이 오해하고 기정사실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김 여사를 겨냥했다.
한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적 쇄신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라인이 존재한다고 정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서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하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이 발언은 김 여사와 가깝다고 지목된 대통령실 인사들을 정리하라는 요구로 해석됐는데, 이틀 만에 이 같은 해석을 사실상 직접 확인한 셈이다.
한 대표 측에 따르면 '김 여사 라인'은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돕거나 수행했던 인사들 가운데 현재 대통령실 비서관·행정관으로 기용된 7명 안팎의 인사들이다.
이들이 김 여사의 곁에서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며 정책이나 인사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대표는 또 다음 주 초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과 독대 일정과 관련해선 "만남 자체가 언제고 뭐고가 중요한 내용인가. 일정에 대해 제가 말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독대 의제와 관련해선 "민생과 민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 않을까"라며 "정부·여당이 민심에 맞게 쇄신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위한 정치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특히, 한 대표가 김 여사 관련 이슈를 연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두고 친윤(윤석열)계에서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 "비판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느냐"면서 "외부가 아닌 여당 대표가 이렇게 요청해 대통령이 수용해 변화와 쇄신의 계기로 삼는다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친윤(친윤석열)계 좌장인 권성동 의원이 한 대표를 비판한 것과 관련해선, "제대로 된 정치, 신뢰받는 정치를 위해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권 의원 같은 분들이 탄핵 공포 마케팅을 하지 않나. 권 의원 같은 분이야말로 탄핵에 앞장섰던 분인데 그런 마케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앞서 권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 대표가)법무부 장관과 당 대표라는 지위에 따라 말이 바뀌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한 대표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을 향해 '국민이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지적이다.
이어 권 의원은 "과거 검사 한동훈은 증거와 법리가 아닌 '국민의 눈높이'로 기소 여부를 결정해 왔나"라며 "만약 그런 검사들만 있다면 '광우병, 사드 전자파, 청담동 술자리, 후쿠시마 오염수'와 같은 괴담은 모두 기소되어 재판장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지휘했던 소위 '적폐청산' 수사는 왜 이렇게 무죄율이 높았나. 이른바 '여론 방향'에 따라 기소했기 때문이 아니겠나"라며 "이미 한 대표는 법리가 아닌 여론에 휘둘린 결과를 겪어놓고도, 그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지금 와서 어떤 말을 하더라도 한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책임자"라며 "법무부 장관으로 1년 7개월 재직하며 진작 결론을 내야 했다. 그때는 기소조차 못 했으면서, 이제 와서 '국민의 눈높이'를 운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평론수준의 정치나 하는 것이 당 대표와 그 측근의 역할인가"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또 "한 대표는 '친윤이든, 대통령실이든 익명성 뒤에 숨지마라'고 말했는데, 이 발언 직후 소위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의 '한남동 7인회'와 같은 발언은 익명을 타고 언론을 장식했다"며 "한 대표와 측근들이 한마디씩 툭툭 내뱉으면 언론은 이를 빌미로 기사화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인가, 아니면 평론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 이런 얄팍한 정치공학은 여지없이 실패해왔다"며 "김영삼 정부, 노무현 정부 모두 당정갈등 때문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한 대표가 지금과 같은 길을 걷는다면,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