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실 인적 쇄신론을 재차 제기하며 김건희 여사 측근들을 사실상 ‘비선 조직’으로 지목하자, 여권 내부에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감도는 분위기다.
용산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가 "여사 라인이 어디 있는가. 대통령실 라인은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라며 이례적으로 공개 반박했지만, 한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가 김 여사를 겨냥 "공적 지위도 없는 분인데 라인이 존재하면 안 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이에 다음 주 당정 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를 앞두고 당 안팎에서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이다.
10·16 재보궐선거에 올인하고 있는 한 대표는 최근 김 여사를 향해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며 김 여사 측근 인사들을 대통령실에서 정리할 것을 사실상 요구했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서도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하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용산을 압박한 바 있다.
현재 친한계 측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대선 전부터 알고 지냈거나 대선을 도왔던 비서관·행정관 6~7명이 대통령실의 주요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사실상의 ‘비선’이라고 보고 있다.
더 나아가 대통령실의 ‘김건희 라인’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김 여사에게 수시로 보고를 한다며 ‘한남동 라인’이라고도 부른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거나 매우 짧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 부부가 이들 의견에 우선 귀를 기울인다는 소문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 ,지난 국민의힘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의 당사자인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실 행정관의 최근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김 여사와 네트워킹 된 십상시 몇 사람이 있다"고 말한 대목이 논란을 확산시켰다.
정치권에서 ‘김건희 라인’ 이 주목받은 건, 국민의힘 총선 참패 뒤 4월17일 일부 언론이 ‘박영선 국무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기용설’을 보도하면서다.
당시 TK 출신 이관섭 비서실장의 지시로 대변인실은 두 사람의 기용설을 “검토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일부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지속적으로 언론에 “검토하고 있다”고 정반대로 말해 그 배후에 '김건희 라인'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당장 여의도 정가에선 한 대표가 선거 패배 시 자신을 향한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 대통령실을 향한 발언 수위를 높이면서 독대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일단 파국은 피한 상태다.
대통령실은 전날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10·16 재·보궐 선거 후 일정 조율을 거쳐 내 주초 빠른 시일 내에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독대가 이뤄진다면 한 대표는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거쳐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기소 여부 결정, 한남동 라인 인사들의 경질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두 사람의 회동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한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고, 독대에서 제시할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아직 까지 독대의 의제, 형식, 날짜 등이 확정되지 않은 것이 그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재보궐 선거(16일)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보수진영 내 분열이 계속되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당정 갈등으로 인해 야당이 어부지리로 보수 텃밭인 부산 금정구청장을 차지할 수 있어서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