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국회 관례 따라야
민주당, 2명 추천 압박
“그냥 답변 안하기 전략으로 가고 있습니다” 박장범 한국방송공사 사장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태균 씨 녹취록 보도' 관련 질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박 후보 인사청문회 준비단 관계자가 KBS 국회 출입기자와 문자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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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22일까지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을 추천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각각 몇 명을 추천할지를 놓고 막판 ‘샅바 싸움’에 들어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여야가 각 한 명씩 추천하고, 여야 합의로 한 명을 추천하는 국회 관례를 따라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다.
반면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이 관례를 깨고, 두 명을 추천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야당이 주장하는 '여당 1명, 야당 2명 추천'도 수용할 수 있을 듯한 기류가 물밑에서 감지되는 모습이다.
이는 헌법재판소를 정상화하는 게 급선무인 데다가,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한 달째 공석인 국회 몫 헌법재판관의 임명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야당 2명 추천안' 수용 가능성과 관련해 "야당에서 의석수를 앞세워 3명 다 추천하겠다고 밀어붙이거나 여당 추천 인사에 대해 본회의 선출 과정에서 부결시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며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9월 국민의힘이 추천하고 여야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던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표결에서 민주당 주도로 부결됐던 일이 재연될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만약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헌법재판소 구성상 여권이 우세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3명,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 국회가 선출하는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국회가 선출한 이종석 전 헌법재판소장, 이영진·김기영 전 재판관이 지난달 17일 퇴임한 이후, 국회가 후임자 선출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면서 현재까지 6명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6명의 헌법재판관은 4명(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이 중도·보수, 2명(문형배 이미선)이 진보 성향으로 각각 분류된다.
이번에 민주당이 요구한 '여 1·야 2' 추천 비율로 국회 몫 3명이 선출되더라도 헌법재판소 9명의 구성은 중도·보수 5명, 진보 4명 체제가 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당 입장으로선 민주당이 주장하는 '야당 2명 추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후보 추천 명단이 들어오면 판단하겠다"면서도 "여러 상황과 조건을 다 봐야 하는 협상의 문제다. 우리가 무조건 받는다, 안 받는다를 단정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변수들도 남아있다.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에서 자당 추천 1명에 대한 '가결' 투표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데, 민주당은 이에 대해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지난번 국가인권위원 표결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런 한계를 민주당도 잘 알고 있다"며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가 채상병 국정조사 연기,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등 다른 조건을 연계할 경우 협상이 다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