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책이라 할 만한 게
딱히 안 보인다” 더 큰 문제
여의정 협의체 “당분간 공식 회의 중단”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4차 전체회의에서 김성원(왼쪽부터),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과 이주호(오른쪽 두 번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진우(왼쪽 세 번째) 대한의학회장 등이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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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치권에서 전망했던 여당 ‘12월 위기설’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위증교사 사건 1심 무죄 선고를 등에 업은 더불어민주당이 순직 해병 의혹 국정조사에 시동을 걸었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12월 10일)과 상설특검 가동도 벼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677조4000억원)에 대한 여야 합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감액 예산안(673조3000억원)’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감액(4조1000억원)은 ‘대통령실·검찰·감사원’ 등 민주당의 표적이 된 정부기관 활동비 등이 전액 삭감됐고, 동해 심해가스전 등 윤석열 정부 역점사업 예산도 대폭 깎았다.
국회가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운 예산 항목을 신설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 가능하기에 이뤄진 거대 야당의 보복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의 대책이라 할 만한 게 딱히 안 보인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같은 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상 초유의 집권 여당 중앙당사와 국회의원회관을 전격 압수 수색하면서 당 내부에선 긴장감이 감돌았다.
용산 대통령실의 재가 없이 검찰이 압수수색을 집행할 수 있느냐는 의문에서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2022년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천 과정에서 또 다른 개입은 없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같은 날 순직 해병 의혹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에 5선인 정동영 의원을 추천하고, 위원 10인에 대한 선임 요청안을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여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12월부터 국정조사를 열어 분위기를 조성한 뒤, 특검법 재표결과 상설특검을 거칠게 몰아붙이겠다는 전략이다.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되면 여당 추천 위원을 원천 배제하고, 야당 뜻대로 김 여사 관련 상설특검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더불어 민주당은 국회 증인 동행명령 의결 범위를 기존 국정감사와 국정조사에서 ‘중요한 안건 심사, 청문회’까지 확대하는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도 검토 중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상설특검은 일반 특검보다 검사 숫자나 활동 기간은 짧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어 3일 이내에 특검 후보 2인 중 1인을 임명하도록 해 수사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를 두고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쪼개 상설특검안을 통과시켜 압박하더라도 여당의 저지 수단이 없다”며 “상설특검이 가동돼 여사 관련 문제가 또다시 정국을 덮어버리면 여당은 그 늪에서 허우적댈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민주당이 제4, 제5의 특검법을 밀어붙일 경우 “이탈표 8표를 단속할 단일대오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장 국민의힘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두고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동훈 대표 가족 연루설이 제기된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내홍이 거듭되자 한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특검법 재표결 입장에 대한 '이상 기류'가 감지되면서다. 1일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가 당분간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한 대표는 가까운 인사들에게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될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지켜보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앞서 지난 10월 민주당이 특검법을 발의했을 당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검찰이 명태균 씨의 공천개입 의혹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는 만큼, 향후 여론을 살펴보고 특검법 입장을 정해도 늦지 않다는 뜻이라는 게 친한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여권 안팎에서는 한 대표와 친한계가 김 여사 특검법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당원 게시판 논란을 제기하는 친윤(친윤석열)계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친한계가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약한 고리'인 특검법을 건드려 한 대표 방어에 나섰다는 것이다. 친한계는 당원 게시판 논란의 최종 목적을 '한동훈 끌어내리기'라고 보고 있다.
친한계 일각에선 친윤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고려하면 대통령실 의중이 실린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한 대표가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거나, 특검법이 실제 재의결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작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대통령실은 물론 여권 전체가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친한계 측은 "한 대표가 재표결 전에는 어떤 식으로든지 입장을 낼 것"이라며 "그때까진 당원 게시판 논란 관련 공세를 차단하고,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절차에 속도를 내자고 압박하는 차원에서 침묵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나 친윤계 측은 민주당이 특검법 재표결 때 이탈표를 노리고 여당 흔들기에 나선 상황에서 한 대표가 빌미를 줘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지난달 14일 의원총회에서 김 여사 특검법 재의요구 건의와 재의결 저지를 당론으로 정했다는 점에서, 집권 여당 사령탑인 한 대표가 특검법 재표결 문제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윤계 한 의원은 "한 대표가 특검법 저지 단일대오에 이상 신호를 노출하는 것은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지지층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