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에서 제기된 조기 퇴진 요구와 관련해, 하야(下野)보다는 탄핵소추를 감수하고, 헌법재판소 재판 법적 대응을 통한 ‘질서 있는 퇴진’에 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탄핵 정국’ 시계추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오는 14일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 찬반을 조사한 결과(응답률 4.8%, 표본오차±4.4%), ‘찬성한다’는 응답이 73.6%(매우 찬성 65.8%, 찬성하는 편 7.7%)로 조사돼, 국민 10명 중 7명이 탄핵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은 24.0%(매우 반대 15.0%, 반대하는 편 8.9%)로 집계됐다.
리얼미터의 이전 조사(11월 4주차)에서의 윤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평가는 25.0%(매우 잘함 11.5%, 잘하는 편 13.5%)를 기록했고,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71.0%(잘 못하는 편 8.9%, 매우 잘 못함 62.1%)였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과 탄핵 찬반 응답이 오차범위 내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인 것이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관련 내란 혐의를 규명할 '상설 특검안'이 전날 재적 의원 287명 중 찬성 210표, 반대 63표, 기권 13인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가 상설 특검 통과에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애초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하고 있는 당 내부에서 이같은 이탈표가 발생함에 따라, 2차 탄핵소추안 표결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의결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는 전날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시점에 대해 ‘내년 2월 하야-4월 대선’, ‘내년 3월 하야-5월 대선’ 등 두 가지 로드맵을 제시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TF가 내년 2~3월을 윤 대통령 하야 시점으로 제시한 것은 조기 퇴진이 탄핵 절차보다는 빨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에서 200명 이상이 찬성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경우 헌재는 180일 안에 결론을 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건의 경우 3개월이 걸렸다. 이 경우, 내년 상반기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두 사람 간 차기 대권 대진표가 완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기류에 불쾌감을 느낀 윤 대통령은 헌법 절차에 따라 탄핵소추 시 헌재에서 비상계엄의 합법성을 다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에서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향후 정국 운영을 여당에 일임하겠다고 했지만, 조기 하야 대신 탄핵 상태에서 헌재 심리에 임하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탄핵은 형사처벌이 아니며, 처벌 이전에 공직자를 파면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행위다.
탄핵소추가 가결되는 부결되는 죄가 있으면 퇴임 후에라도 처벌을 받으면 된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재판관 3분의 1이 공석인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 가능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헌재는 6인 체제에서도 심리는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현직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는 중대한 일인 만큼 탄핵 결정에 앞서 재판부 구성을 정상화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법 제23조(심판정족수) 1항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종석 전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전 재판관이 지난 10월 17일 퇴임하고, 국회 몫 후임 재판관 임명이 지연되면서 헌재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6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헌재는 재판소 기능 마비를 막기 위해 탄핵 절차가 진행 중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심판정족수 부족으로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것이 부당하다'며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심판정족수 조항의 효력을 멈춰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탄핵 심리를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는 만큼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헌재는 탄핵 심판에 착수할 수 있다.
심판정족수 조항은 '탄핵 결정을 하는 경우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정한다. 규정대로라면 6인 체제에서도 만장일치로 찬성만 한다면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9인이 아닌 6인의 재판관이 내린 결론에 대해 정당성 논란이 뒤따를 수 있어, 헌재도 부담을 느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야당 몫 재판관 후보자 정계선(55·사법연수원 27기) 서울서부지방법원장, 마은혁(61·29기)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와 국민의힘이 추천한 여당 몫 조한창(59·18기) 변호사의 인사청문회를 오는 18, 19, 20일 또는 20, 23, 24일에 실시될 예정이다.
아울러 이달 말까지 청문회를 진행하고 본회의 처리까지 마쳐 연내 9인 체제로 복귀하겠다는 계획이다.이와 관련,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 9인 체제로 돌아가더라도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당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숙의 토론 과정을 거쳐 재판관 전원이 일치된 의견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