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5개월여만에 사퇴
“지지자분들께 많이 죄송”
한동훈 국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에서 머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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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지도부 체제가 출범 5개월 만인 1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사실상 책임을 지며 막을 내렸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고위원 사퇴로 최고위원회가 붕괴돼 더 이상 당 대표로서 정상적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당 대표직을 사퇴했다.
그러면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또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 많이 죄송하다"며 재차 허리를 숙였다.
이어 "그런 마음을 생각하며 탄핵이 아닌 이 나라의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며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이다.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의 사퇴는 7·2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지 146일 만이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입지가 급격히 약해졌고, 배경으로는 원외 대표로서의 당 장악력·소통 부재를 한계점으로 지목했다.
이런 만큼 당 내부에서는 새롭게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으로는 참신한 인사보다는 ‘힘 있는 중진’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착수했다. 전국위원회 의장인 4선의 이헌승(부산) 의원은 “당헌에 따라 절차를 지체없이 진행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곧장 비대위 체제로 전환을 위한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당 내부에서는 ‘포스트 한동훈’으로 정치적 경험이 있는 중진의 전· 현역 의원이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어수선한 당을 조속히 수습하기 위해서는 내부 사정을 훤히 아는 동시에 대야 협상력을 발휘할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명망 있는 중진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수도권 A 의원은 “비대위원장을 굳이 외부에서 데려올 필요 없이 우리 당 5선 이상 의원들 중에서 골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남계 B 의원은 “이번에는 무조건 정치를 잘 아는 원내 인사가 당권을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원과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원내 인사로는 수도권 5선의 윤상현(인천)·권영세(서울)·나경원(서울)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중진·원내회의에서도 한 대표 체제 붕괴 뒤 비대위원장으로 이들이 언급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윤 의원은 보수 정당의 험지로 불리는 인천에서만 내린 5선에 성공한, 의리와 신뢰의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잘 파악하는 인사로 알려졌고, 무소속으로 2번 연속 당선될 만큼 뚝심 있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윤 의원은 이날 당원들을 향해 “비대위원장이 해야 할 역할은 간단하다. 당을 화합해 당심을 모으고, 국정운영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며 민심을 회복시키야 한다”며 “야당과는 대립과 교섭을 통해 강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단합을 호소했다.
권 의원은 서울에서 5선에 성공하며 민심 흐름을 잘 파악하는 인사로 평가받고, 친박(친박근혜)과 친이(친이명박) 간 계파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기에 중재자 역할을 맡은 이력이 있다.
나 의원은 원내대표 출신으로, 여권 잠룡으로도 분류되며 당내에 드문 수도권 출신 여성 중진이라는 강점을 지닌다. 또 원외 인사로는 7·23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에 이은 2위를 기록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물망에 오른다. 3선 국회의원과 제주도지사, 국무위원을 거쳐 정무·정책 역량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 인사다.
특히, 원 전 장관은 전당대회 당시 한 대표가 당권을 잡을 시 “탄핵의 문이 열린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당 안팎에서는 탄핵 정국에서 당이 극심한 분열 양상을 겪은 만큼 ‘당내 화합’이 차기 비대위원장의 선결 과제로 꼽고 있다. 한편, 정치권 관계자는 “비대위 구성을 하루 속히 마무리해서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단합과 화합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야만, 위기에 처한 탄핵정국을 풀어 나갈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