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구에 비가 왔다. 서해안 지역에는 폭우도 내렸다. 그러나 역대급 가뭄으로 애타게 비를 기다리고 있는 강릉지역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비가 필요한 곳에는 비가 안 오고 비가 급하지 않는 지역에는 너무 많이 내리는 ‘강우 부조화’ 현상이 있는 것이다.
당국은 가뭄을 재난으로 규정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국의 급수차를 총동원하여 물을 공급하고 산불진화용 헬기로 인근 저수지의 물울 퍼서 수원지에 붇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포항과 강릉은 동해안의 대표적인 도시다. 포항 이남으로 울산광역시와 경주시가 있지만 보통 동해안이라고 부르게 되는 포항 북쪽에서는 가장 존재감이 있는 상징적인 도시다. 강릉을 포항과 연결하여 생각해 보았다.
포항에서 보낸 학창시절에 강릉은 가장 가보고 싶어 했던 도시였다. 강릉에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강릉행 버스 때문이다. 포항시내를 우회하는 도로 없었던 당시 나르끝에서 북쪽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보곤 했는데 강릉까지 가는 버스가 가장 고급이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강릉은 고등학생이 가보기에는 너무 멀었다. 그냥 지도만 보면서 상상을 했었다.
고등학생 때 설악산 수학여행을 가는 길에 처음으로 강릉 시가지를 구경했다. 버스 안에서 차창을 통해 본 시가지는 포항보다는 작았지만 공기도 맑고 깨끗하여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받았다.
포항에서 강릉으로 가는 길은 한동안 멀게만 느껴졌다. 대학생시절 포항 시외버스 터미널이 지금의 상대동으로 옮겼는데 터미널에서 대구행 버스를 기다리면서 강릉 쪽으로 가는 버스와 비교해본 기억이 있다.
당시 포항 터미널에서 남쪽으로 가는 노선은 대구, 부산, 울산 방면으로 10~15분마다 한 대씩 있어 편리했다.
그러나 강릉 쪽으로는 북행이라고 뭉뚱그려 배차되는 하나의 노선만 있었다.
포항에서 강릉까지 직통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다섯 대 밖에 없었고 이들 버스는 동해안고속화 도로를 따라 달려서 5~6시간이 걸렸다. 도중에 정차를 하는 직행은 정차지에 따라 7시간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버스는 포항에서 영덕, 울진, 삼척 등을 거쳐서 갔다.
운행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경북과 강원도 동해안 지역은 교통의 오지였다. 교통의 사각지대로서 고속도로가 없는 가장 넓은 지역이라고 했다.
그래서 영덕과 울진은 서울에서 가기에는 가장 먼 곳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직선거리로 훨씬 더 먼 호남이나 남해안 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는 말도 있었다.
몇 년 전 차를 몰고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을 넘어 강릉으로 가 보았다. 서울로 가는 길은 편리했다. 강릉뿐만 아니라 삼척이나 영덕 등도 서울로 가는 길은 개발이 잘 되어 있었다. 그러나 강릉에서 남쪽으로 가는 도로는 아직도 많이 불편하다. 포항에서 강릉으로 차를 몰고 가려면 아직도 고속도로가 없이 장기간 국도를 이용해야 한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교통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작년 말 포항 삼척간 철도가 개통되어 포항에서 강릉까지 기차여행이 가능하게 되었고 올해 말 포항 영덕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더 단축될 것이다. 하지만 서해안 지역에 비해 교통인프라는 많이 부족하다. 영덕 삼척 구간은 언제 고속도로가 이어질지 기약도 없다.
동해안 지역에는 산업도 빈약하다. 제대로 된 산업단지도 없다. 수심이 깊어 항구를 건설하기 좋은 조건인데도 서해안보다 항구가 빈약하다. 중국과 교역 때문이지만 조석간만이라는 지리적으로 안 좋은 조건임에도 서해안에는 항구도 많고 산업도시도 많은 것과 대조된다.
지금 강릉의 어려움이 남의 이야기 같지만은 않다. 포항지역도 30년 전인 1994년에 극심한 가뭄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포항에 살면서 뉴스를 통해 영천댐의 저수율을 살펴보곤 했었다. 또한 가뭄은 아니지만 지금 포항은 철강산업의 위기로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해안이 살기 위해서는 두 도시가 번영해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